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 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재산세를 감면받는 주택 공시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정할지를 두고 열흘 남짓 이어져온 정부·여당과 청와대의 논의가 애초 정부가 제시한 ‘6억원’으로 정리됐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은 민주당 요청대로 ‘유예’로 가닥을 잡았다.
재산세 감면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달 19일 이낙연 대표의 공개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집을 처음으로 또는 새로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1가구 장기보유 실거주자에게는 안심을 드리고, 집으로 큰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지우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여당이 종부세 감면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자, 이튿날 한정애 당 정책위의장이 ‘종부세가 아니라, 공시지가 현실화에 맞춰 재산세를 감면할 것’이라고 밝혔고, 감면 기준을 어느 선으로 할 것이냐로 논쟁이 옮아갔다.
민주당은 ‘공시가격 9억원’을, 정부는 ‘6억원’을 제시했다. 논쟁 초반에는 민주당이 우세했다. 당정은 지난달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한 협의에서 ‘9억원 이하 주택에 구간별로 0.05% 포인트 재산세 인하’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지방세인 재산세가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반발도 컸다.
결국 민주당은 재산세 감면 기준을 6억원으로 정리하고 지난달 29일 발표를 검토했다. 그러자 서울이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들이 제동을 걸었다. 의원들은 ‘서울 중위층이 사는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9억원’이라며 ‘감세 기준을 9억원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지역 한 재선 의원은 “공시가격 6억~9억원 사이 아파트는 강남3구가 아니라 ‘마포·용산·성동’에 몰려 있다. 민주당 표밭인 이 지역 집주인들이 등을 돌리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지도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논쟁은 1일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가닥이 잡혔다. 정부 관계자는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당으로선 기준선 하향이 부담스러웠겠지만, ‘선거를 위해서’라는 논리로 정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을 코앞에 두고 민주당은 정부를 압박해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보궐선거까지 5개월이나 남아 있어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대신 민주당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조건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선 ‘시행 유예’라는 양보안을 받아냈다.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대주주 기준을 두고 정부가 기존안(3억원)보다 완화된 ‘1인당 5억원’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시행령 자체를 2년 유예할 것을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어차피 2023년부터 주식 양도세를 부과한다.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굳이 지금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동학개미’(내국인 소액투자자) 의견에 당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지지 없이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주주 문제는 미국 대선 등과 관련해 증시·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5일(목요일) 오후 2시쯤 판가름난다. 대주주 기준과 관련한 당정의 방침은 그 이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철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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