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성추행 혐의로 퇴진해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막대한 선거비용과 관련해 오히려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5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공직사회 최고 지위의 남성이 휘두른 성폭력 사건으로 서울·부산에서 선거를 치른다. 838억원의 선거비용이 피해자나 여성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냐”고 묻자, “국가에 굉장히 큰 새로운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역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기회가 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이 “838억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위한 전 국민 학습비라는 거냐”고 되묻자, 이 장관은 “꼭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냐”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성평등이나 성폭력 피해 문제가 정쟁화되는 것은 피해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 선거가 결부되면 과잉 정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여가부 장관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권력형 성범죄가 초래한 보궐선거를 두고 여가부 장관이 사실상 두둔에 가까운 궤변을 하고 있다”며 “여가부 장관이 심기를 살펴야하는 것은 집권여당이 아니라 피해 여성과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여성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여가부의 존재이유를 되묻게 하는 발언”이라며 “막대한 국민 예산을 들여 치르는 보궐선거에 대해 피해자의 아픔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까지 민주당을 빼다 박았다”고 비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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