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전날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비판을 이틀째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 24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공급 대책을 자신하더니, 이제 와서 착공과 완공 사이에 시차가 벌어지는 주택시장의 일반론을 핑계 삼는다는 지적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파트는 빵과 달리 공사 기간이 길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뜻이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정부정책이 체계적이어야 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망각한 듯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의원은 김 장관의 ‘빵 비유’를 되돌려 정부의 공급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요즘 잘나가는 빵집으로 사람들이 아침부터 몰려 빵값까지 올리는 원인을 없애야 한다. 인기 있는 빵집에 인기 있는 빵이 오후에도 퇴근 시간에도 항상 구비돼 있다면 아침부터 빵집 앞에서 아우성칠 필요가 없다”며 “목 좋은 도심에 빵집 내겠다는 사람, 새로 빵집 인테리어 바꾸고 기계도 바꿔 신세대가 좋아하는 빵을 만들겠다는 사람을 막지 말라”고 적었다. “다양한 빵집이 목 좋은 곳에 충분히 생길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정책 성공의 관건이라는 뜻이다.
시장 재임 시절 뉴타운 정책을 추진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반성은 없는 빵 타령, 김현미 장관’이라는 글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 찍어내고 싶다? 5년 전에 인허가가 없어서 지금 물량이 부족하다? 결국 또 박근혜 정부 탓을 하는 것”이라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 취소하면 안 되니 물량 공급하라고, 문재인 정부 초기에 공급 대책 세우라고 그렇게 외쳤는데 이 사단을 벌여놓고 이제 와서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전 정권 탓만 반복하는 이분을 어이할꼬”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임대용 공동주택 용적률 인센티브 부여로 공급이 늘 것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라”며 “주거지역 용도별로 주택 공급과 전세 물량이 늘어날 것이 확실해지면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후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단 뜻을 밝힌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정부더러 아파트를 직접 만들라고 했나. 정부는 아파트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아파트정책을 만드는 곳”이라며 “아파트가 하루 만에 지을 수 없다는 걸 이제 알았단 말인가”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아파트 정책에 실패해놓고 이제 와서 정책 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죄 없는 아파트를 빵이 아니라고 탓하니 국민들 속을 또 뒤집어 놓는다”며 “3년 반 동안 아파트 공급정책은 하나도 안 해놓고 지금 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대대책회의에서도 김 장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류성걸 의원은 이날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언제고, 이제서야 이런 말을 하느냐”며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 안 되는 부동산 문제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인데, 그 안타까운 마음으로 뒤집어보고 여기저기 찔러보는 방식의 아마추어 정책으로는 결코 주택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모든 걸 해야 한다는 환상과 오만한 자세를 버리고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이라”며 “시장에 거스르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말했다.
앞서 김 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해 “아파트 대신 빌라, 다가구 등을 확보해 질 좋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지만, 아파트는 공사 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전세난 해결을 위해 다세대 주택보다 아파트를 공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대답이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2021년과 2022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5년 전에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도 상당히 많이 취소됐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논란이 됐던 호텔 임대주택에 대해 ‘
호텔 거지’라는 신조어마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 장관은 “호텔을 리모델링해서 청년 1인 가구에 공급하는 현장을 내일(12월1일) 공개할 예정”이라며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는 25만~30만원 정도인데, 현장에 한번 가 보면 우리 청년에게 굉장히 힘이 되는 주택을 정부가 공급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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