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원의 직무정지 효력정지 결정 이튿날인 2일,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자제하면서 ‘규정과 절차’에 따른 징계절차 진행을 강조했다. 당 일부에선 상황이 수습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요즘 우리는 크나큰 진통을 겪고 있다. 문제의 원점은 검찰개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마땅하다. 검찰이 그렇게 하지 않고 개혁에 집단저항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민이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검찰개혁의 대의에 함께해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를 언급한 상황에서 추 장관을 옹호하면 총리와 맞서게 되고, 윤 총장을 비판하면 법원에 맞서게 되기 때문에 추 장관과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을 일부러 피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 대표는 아직까지 여론이 우호적인 ‘검찰개혁’이란 의제에 집중했다. 그는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주 들어 국정원법과 경찰법을 상임위에서 처리했거나 처리할 예정이고 공수처 출범 준비도 계속하고 있다. 입법과 예산의 과제를 우리는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 징계 건은 법무부와 청와대의 일이니 국회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제도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당의 공식 입장은 ‘규정과 절차에 따른 법무부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연일 윤 총장에게 맹공을 퍼붓던 김태년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에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규정과 절차에 따른 법무부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법원이 법무부의 직무정지 명령에 제동을 건 상황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법원이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징계위를 무조건 강행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사실에 입각해 절차적 명분을 갖춰서 징계위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추 장관이 수습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며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법사위원은 “차관 인사를 ‘원포인트’로 하는 데 우려가 당연히 있다. (법무부 내부가) 정리 안 된 상태에서 마구 서두르는 것인데 적절하지 않다”며 “이렇게 해서 징계위를 열면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현재까지 상황만 봐도) 추 장관이 상황 관리를 제대로 못 하고 여기까지 일을 끌고 온 것 아니냐”며 “적의 진영을 세심하게 안 살피고 무작정 군대를 끌고 적진으로 돌진해온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법사위원도 “윤 총장 징계 국면으로 끌고 오는 과정에서 당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추 장관이 돌파구를 찾아나간 것이고 여러 문제가 있지만 법무부한테 맡겨놓은 거라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할 수도 없다”며 “추 장관이 강단과 정치적 경험이 있으니 자기 역량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출범 등 검찰개혁에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징계위 결론이 어떻게 나든 그 책임은 추 장관이 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원철 서영지 노지원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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