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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주당의 ‘전속고발권 할리우드 액션’…회의록에 그대로 남았다

등록 2020-12-10 17:28수정 2020-12-10 18:13

7일 밤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손을 들어 찬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밤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손을 들어 찬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전체회의에서 ‘유지’로 입장을 뒤집은 수정안을 통과시키자, 다음 날 정의당이 이렇게 논평을 냈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요청으로 소집된 안건조정위의 문턱을 일단 넘기 위해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협조가 절실했다. 총 6명인 안전조정위의 의결 조건(4명 이상 동의)을 채우려면, 민주당(3명)으로선 1명의 우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시 안건조정위에서 배 의원이 주장한 전속고발권 폐지가 담긴 정부 원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안건조정위 문턱이 해소되자, 수적 우위를 점한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전속고발권 유지가 담긴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10일 <한겨레>가 확인한 정무위 안건조정위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은 전속고발권 유지라는 본심을 드러내면서도 막판에 배 의원의 협조를 구하려고 고발권 폐지를 수용하는 ‘할리우드 액션’에 나서는 상황이 기록돼 있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김병욱·유동수·전재수 의원, 국민의힘 유의동·성일종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으로 구성됐다. 당시 안건조정위에서 유동수 의원은 “제가 보기엔 지금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2~3년 사이 엄청나게 변화하고 나름대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도 많이 회복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 시점에 전속고발권 폐지를 들고나온 데 대해 지금 기업하는 분들이 걱정한다. ‘검찰에 가면 별건수사를 하게 된다’ 이런 내용으로 걱정을 많이 하는 법안 내용을 왜 여기다 넣었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중대담합 행위에 한해서만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정부안에 반대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에서 바로 ‘맞장구’가 나왔다.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은 김병욱 의원은 “특히나 중소·중견 벤처기업들, 상당히 법적 대응이 떨어진 (이런) 기업들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중복수사, 별건수사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대담합의 경우 피해자, 소액주주, 시민단체 등도 고발·고소가 가능해지면 검찰이 이를 빌미로 기업을 상대로 한 광폭 수사에 나설 것이란 취지로 보인다.

특히 김 의원은 전속고발권 유지가 당의 입장이란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일단 공정위가 좀 더 잘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공정위가 개혁할 수 있는 그런 여지를 주면서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견도 상당수 있고 저희 당도 그런 입장에 지금 많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6일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이미 ‘전속고발권 유지’ 입장을 정리했는데, 김 의원의 발언은 이런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캐스팅보트’를 쥔 정의당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배 의원은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이렇게 각계에서 제기했던 이유 중 하나가 (공정거래위가) 불공정행위 단속에 미온적이었다는 것”이라며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가 결정돼야 하고 이것이야말로 공정위가 본인들의 역할을 최대한 더 잘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속고발권은 기업 간 담합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해야 만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제도인데, 그간 공정위의 불공정 행위 단속이 충분하지 않았던 만큼 고소·고발의 권한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 의원은 전속고발권이 유지되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명확히 못 박았다.

배진교 의원 : 오전부터 전속고발권 유지한다는 언론 보도가 지금 계속 나고 있는데 혹시 정부와 여당이 협의한 적이 있으십니까?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부위원장 : 없습니다. 오늘도 보면 그것과 관련된 안건이 전혀 올라와 있지 않고요. 저희들도 지금 안건으로 본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들도 언론 통해 알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배진교 의원 :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와 관련해서 현행 유지안을 고수하거나 현재 올라와 있는 안이 수정된다면 저는 정부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해서 동의해 줄 수 없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요.

‘전속고발권 유지’가 관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 배 의원이 “몇 가지 질문이 더 있어서요”라며 말을 이어가려 하자, 조정위원장을 맡은 김병욱 의원은 “간단히 해 주십시오, 빨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정무위 안건조정위 의결→정무위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9일 본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속도를 내야 했던 민주당은 배 의원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꼼수’를 시도했다. 김병욱 조정위원장은 배 의원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거듭 주장하자, “뒤통수를 맞았다”는 정의당의 논평을 나오게 만든 한마디를 내놓았다.

“경성담합 (전속고발권)에 대해 폐지하자는 정부안 원안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배 의원은 민주당 소속 조정위원장의 이런 말을 수용하고, 민주당과 함께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정부안을 안건조정위에서 의결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속내는 안건조정위 회의장 바깥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배 의원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김병욱 의원은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는 기자들과 만나 “전속고발권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수정을 내서 (9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본심대로 수정돼 본회의까지 통과됐다. 이후 정의당이 낸 비판 논평에는 민주당의 돌변이 어떤 의미인지를 지적하는 이런 구절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리친 것은 정의당의 뒤통수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뒤통수를 내리친 것입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바로가기 : 검찰권력 비대해질까봐 우려해 ‘전속고발권’ 유지했다고요?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3631.html#csidxb6119412cb3f0f192ee2085b948f0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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