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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보궐선거 D-100일] 엇갈리는 전망 속 표심 가를 변수는?

등록 2020-12-27 13:28수정 2020-12-28 09:49

① 이번에도 코로나 선거
12월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의선 신촌역에서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2월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의선 신촌역에서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내년 4월7일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12월28일로 꼭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11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는 향후 대선까지 민심의 큰 흐름을 살필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집권 4년차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 ‘심판론’ 바람의 방향과 강도다.

보수 야권은 앞서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내로남불’과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를 들어 문재인 정부 심판을 호소했지만, 민심은 싸늘하게 등 돌렸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이 여당 소속인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폭력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치솟는 전셋값과 아파트값도 여권의 악재다. 야당은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고리로 정부·여당이 추어올리던 ‘케이(K)-방역’에 균열을 노리고 있다. 야당은 반전의 기회를 득점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여당은 능력과 책임을 보여주는 집권세력으로서 재신임을 받을까? <한겨레>는 4월 보궐선거를 ‘코로나19 확산’ ‘젠더’ ‘부동산 정책’ 세가지 이슈로 조망해 본다.

지난 ‘4·15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역대급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보수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총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간판으로 내세우며 견제와 균형을 호소했지만 민심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여당의 압승 배경으로 코로나19를 꼽았다.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방역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각종 의혹, 일자리 정책 실패 등 모든 이슈를 휘발시키면서 야권의 공략 포인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어떨까? 향후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치료제 개발, 백신 도입 및 접종 시점 등 변수가 많지만, 지난 4·15 총선 때처럼 여권에 호재로만 작용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정치권의 전망이다.

■ 심상찮은 확진자 추이…무너지는 K-방역 신화

먼저 확진자 추이가 심상찮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는 1월20일 발생했다. 중국 우한시에 거주하던 중국인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격리조치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코로나19 확진자는 중국 우한 지역과 연결고리가 있는 이들의 산발적 감염에 그쳤다. 그러다 2월20일 신천지 대구 교회에서 지역 사회 감염이 현실화하면서 첫번째 대유행 국면에 진입했다. 그러나 집단 감염은 정부 방역 정책을 위반한 특정 종교집단의 일탈로 치부됐다. 더구나 대구는 보수 정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다.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방역 당국의 책임론은 불거지지 않았고, 오히려 선거를 앞둔 4월 초순 들어 확진자 수가 50명 이하로 눈에 띄게 줄면서 ‘케이(K)-방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3차 대유행의 양상은 좀 다르다. 2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985명으로 최근 일주일(17~23일) 국내 발생 환자만 6904명에 달한다. 이 기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986.3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수도권 환자가 702.9명에 달했다. 누구나 어디에서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케이 방역의 신화가 깨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확진 추세를 뒤따르는 한 발 늦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과 중환자 병상 부족, 의료인력 부족 사태 등 방역 정책 실패 사례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확진자 추세를 예단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지난 총선 때처럼 코로나19 이슈가 여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15일 경기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세포 배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15일 경기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세포 배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백신의 정치’…보궐선거 승부 가를까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백신의 정치’ 역시 여권 입장에서 위험요소 가운데 하나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기업에서 모두 3400만명 분의 백신을 선구매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민들은 이르면 내년 초쯤부터 순차적으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선구매 계약이 체결돼 물량을 확보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뿐이었다. 야권과 보수 언론은 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라며 매일 같이 정부·여당을 추궁하고 있다. 정부는 24일 화이자와 얀센의 백신을 각각 1000만명분, 600만명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접종 시기는 여전히 내년 1분기 이후다. 코로나19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구나 이제 막 백신 접종을 시작한 서구권과 달리, 일본·대만 등 주변국들이 속속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경우 정부의 ‘늑장 대처’라는 비판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 시기를 분석해 그룹을 나눴는데, 한국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과 함께 내년 9월까지 국민 대다수가 접종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그룹’으로 분류됐다. 내년 상반기에 국민 대다수 접종이 마무리되는 1그룹에는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주변국이 포함돼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이 미국 다음 차례는 괜찮지만, 일본 다음 차례라는 상황은 못 참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본이 백신 접종을 본격화하고 우리는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민심이 빠르게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치료제 속도 내고 재난지원금·임대료 지원

누적되는 민생 고통도 표심을 좌우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누적된 피해가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숙박음식업 등 서비스업 중심의 취업자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11월 취업자는 전년 대비 27만3천명 감소해 9개월째 고용 충격이 이어졌다. 12월 코로나 대확산이 경제에 미친 여파가 내년 초반부터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하면,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코로나 국면이 워낙 장기화돼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경제적 고통과 심리적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4월 총선 당시엔 한국이 전 세계에서도 방역 모범국가라는 일종의 자긍심이 여권에 유리하게 영향을 미쳤는데 이제는 그 신화마저 깨져 불만이 표면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도 위기 의식을 느끼며 각종 대응책을 고심중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백신과 관련한 접종 대상 선정, 안전성 검증, 저온 유통시스템 등 제반 사항을 투명하게 국민들께 설명하고 접종 계획을 조만간 종합적으로 밝히도록 하겠다”며 당정 협의를 통해 ‘종합적인 백신 로드맵’을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신 물량은 더 확보하고, 접종 시기도 더 앞당기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산 치료제도 식약처에 조건부 사용 승인이 조만간 접수될 것이라고 한다”며 “방역을 성공적으로 통제·관리하면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양만큼 안전하게 접종하는 정부의 백신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또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 지원을 포함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계획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 엇갈리는 전망…민심은 어느 쪽 기울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총선과 대선 등 전국 단위 선거는 미래를 바라보는 선거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국민들이 여당에 힘을 실은 것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정부에 힘을 실은 결과였다”면서 “1년 가까이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방역 대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없기 때문에, 내년 보궐선거에선 코로나 이슈가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40대를 중심으로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보이지만, 이는 코로나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라기보다 오히려 촛불이 지향했던 근본적인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는 실망감이 주된 정서로 반영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반개혁세력이라는 비토 정서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내년 보궐선거에도 정권심판론이 힘을 얻기는 힘들다”고 짚었다. 세대별 정치 성향에서 진보 우위의 정치 지형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전망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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