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의 검찰총장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업무에 복귀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총장 응원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24일 밤 10시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시간 만인 25일 오후 2시 20분 “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판결을 수용했다.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달랐다. ‘제도개혁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윤 총장 탄핵”,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판사 카르텔(해소)” 등 정리되지 않은 강경 발언과 주장이 이어졌다. 이런 반응의 밑바탕에는 ‘언론과 보수야당, 검찰이 민주당을 공격한다’는 인식이 두텁게 깔려 있다.
공식 기조는 제도개혁이지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검찰개혁 시즌 2’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판결 이튿날인 25일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비공개회의를 열어 법원에서도 인정한 문제점에 주목해 재발 방지 대책을 찾는 등 제도적 검찰개혁에 방점을 찍기로 교통정리를 했다. 이를 위해 당의 권력기관 태스크포스(TF)를 검찰개혁특별위원회로 발전시키고,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TF 위원장을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개별 의원들의 발언은 매우 강경하다. 김두관 의원은 전날에 이어 27일에도 “탄핵과 동시에 윤 총장과 그 가족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거나 공수처에서 윤 총장 개인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 헌재를 설득할 수 있다”며 탄핵론을 이어갔다. 이해찬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김성환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검찰의 강한 저항에 가려져 있었지만 일부 판사들도 자신들의 기득권 카르텔이 깨지는 것이 몹시 불편한가 보다. 사법과 검찰의 과잉 정치화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려 한다. 이제는 온라인에서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에 맞서는 촛불을 들어야겠다”고 썼다. 김병기 의원은 “물먹고 변방에서 소일하던 윤 검사를 파격적으로 발탁한 분이 대통령이다. 윤 총장이 대통령께는 진심으로 감사해야 하고, 인간적인 도리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대표도 동참했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의 ‘법원 결정 존중’ 메시지가 나온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탄식이 들린다”고 밝혔다. 법원이 ‘정치적 판결’을 한 게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뿌리깊은 ‘피포위’ 의식…강성 지지층 눈치 보기도
당내에선 이번 사안을 ‘보수언론과 법조, 국민의힘이 한 덩어리로 움직인 결과’라고 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검찰은 검찰-언론-보수야당으로 이어진 강고한 기득권동맹의 선봉장이다.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미래도, 민주주의 발전도, 대통령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김두관 의원의 발언은 이런 인식을 잘 드러낸다. 한 재선의원은 “‘카르텔의 결과 이런 판결이 나왔다’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고, 작동하고 있다’는 데에는 나를 비롯해 당내 공감대가 넓다”고 말했다.
윤 총장 징계처분에 대한 법원 판단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1심 판결과 하루 차이로 나온 것도 의원들을 감정적으로 격앙시켰다. 여기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과 이낙연 대표의 후임을 뽑는 차기 전당대회, 2022년 대선 후보 경선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당내 선거를 앞두고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당원 여론을 주도하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주말을 지나면서 ‘냉철히 제도개혁에 집중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페이스북에 “
우리도 감정을 컨트롤해야 한다”며 “탄핵은 헌재의 기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시 빌미를 역풍을 제공해선 안 된다. 법적 명분을 철저히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말 지나며 신중·자성론도
6선 의원을 지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페이스북에 “윤 총장 탄핵을 주장하는 여당 중진들이 있는데 좋은 전략이 아닐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는 (탄핵 청구 의결은) 되지만, 헌법재판소는 (인용하기) 어렵다. (검사)징계위원회에서 해임도 면직도 아닌 정직 2개월을 내린 것이 탄핵 결정에는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리만 크고 실속없는 탄핵보다 검찰수사권 분리와 의식있는 공수처장 뽑는 일이 지금 국회가 속히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당 홍보소통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검찰총장 탄핵, 판결판사 탄핵, 공수처로 공격 등 당내 의견들이 너무 어지럽고 무질서하다. 냉정한 질서'를 찾아야 한다”며 “검찰개혁과 윤석열 이슈를 동일시했지만, ‘윤석열 징계가 왜 검찰개혁인지를 국민께 설명해 드리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제 입법과 국회와 민주당의 시간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제도화하고,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불안도 해소해야 한다”고 적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