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치고 방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최고위원 간담회 뒤 한 발짝 물러서자, 국민의힘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말장난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치적인 재판을 받는 두 전직 대통령에게 반성부터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논란 하나 정리하지 못하면 이 대표는 당 대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집권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를 청와대와 교감 없이 한번 던져본 거라면, 집권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고, 청와대와 교감을 갖고 던졌는데도 당내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면, 문재인 대통령 또한 레임덕에 빠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 최고위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아직 사면이 결정됐거나,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도 아닌데 우리 당이 먼저 논란에 뛰어들 필요가 있나”라며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는 등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의 사면론이 나오자마자 ‘친이명박·친박근혜계’에서 석방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지만, 지도부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도 사면 논의가 처음 나온 지난 1일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까지 (사면 건의)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이번 사면론이 ‘보수 야권 분열책’을 노린 여당의 책략이라는 의심이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면이 가시화하면 친이·친박 세력이 다시 결집해 당내 목소리를 키울 수 있고, 이는 ‘김종인 체제’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김 위원장이 보름여 전인 지난달 15일 중도 외연 확장을 꾀하며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는데, 사면론 확산은 자칫 중도층 포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 통화에서 “보수 지지층에서 가장 예민해하는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재보선 전에 적극 띄워 야당 집안싸움을 기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막상 던져보니 민주당 내부 갈등이 더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노현웅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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