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공개 견제’ 다음날 ‘재난기본소득 10만원’ 승부수 띄운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밝히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에 대한 여당의 강한 우려에도 ‘도민 전체 10만원 지역화폐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이 지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 견제’에 나선 다음날 자신의 소신을 접지 않는 정책 행보를 이어갔다. 최근 여당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경쟁자인 이 대표에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온 상황에서 이 지사가 또 한번의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 지사는 20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 전체 도민에게 사용기한이 정해진 지역화폐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급 시기와 관련해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하겠다”며 지급 계획을 이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의 권고를 일정 부분 반영하면서도 정책의 소신 행보를 접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8일 이 지사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경기도의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을 존중하지만 방역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달라”며 속도 조절을 요청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가 아닌 만큼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으로 소비심리를 되살릴 때가 아니라는 뜻이 담긴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이 대표까지 나서 이 지사에게 자제를 당부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이 대표는 19일 <문화방송>(MBC)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을 모두에게 주는 보편적 지급에 대해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재난기본소득을 줘서) 소비를 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이 지사가 추진하는 ‘전도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정부의 방역 기조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해석들이 나왔다. 그간 이 대표가 이 지사나 경기도정에 대한 질문에 직접적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이 대표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방향과 보조를 맞춰달라는 취지로 말한 다음날, 이 지사는 자신의 결심을 이행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간 페이스북이나 방송토론회를 통해 “최악의 경제상황”에 숨통을 틔우는 방안으로 보편적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의 필요성과 효과를 강조한 만큼 자신의 의지를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의 이런 선택에는 자신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올라가는 흐름에 대한 자신감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은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정치 지도자 선호도(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를 물은 결과, 이 지사가 23%를 얻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 대표(10%)에 견줘 두 배 남짓 앞선 수치다. 지난해 1월 이 지사에 대한 선호도가 한 자릿 수에 그치고, 이 대표에 대한 선호도가 20%를 웃돌던 때와 비교하면 여론 지지가 뒤바뀐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제기하는 재난지원급 지급 관련 지자체별 형평성 문제, 방역 활동 장애 등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했다”면서도, “방역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주장도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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