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명박(MB) 정부 당시 청와대 지시로 18대 국회의원 전원 등 정계·재계·문화계 인사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의 불법 사찰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비공개 보고 내용을 브리핑했다. 이들은 “국정원은 2009년 12월1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시한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신상 자료 관리 협조 요청’ 문건과 관련, 작성된 정보가 ‘직무 범위 이탈정보’였다고 공식 명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2008년 2월, 노무현 정부 말기에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을 사찰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뒤 정권 교체기에 국정원에서 자발적으로 사찰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정보위원들이 박근혜 정부 때도 사찰이 이뤄졌냐고 묻자 “‘중단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사찰이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정원은 이런 정보가 직무 범위를 일탈해 작성된 것이라 해도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기록물이고, 개인정보가 포함된 비공개 기록물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은 국회의원 등 당사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관련법과 판례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다.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가 의결할 경우 비공개를 전제로 보고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이날 보고에서 가칭 ‘국정원 60년 불법 사찰 흑역사 처리법’을 통해 불법 정보와 합법 정보를 분류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여야는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여야 간사는 밝혔다.
국정원은 또 오는 4월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개입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하 의원은 “박형준 당시 정무수석이 불법 정보 사찰에 관여돼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시 정무수석실, 박 수석이 관여돼 있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공식 답변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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