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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정원 불법사찰, 민주 ‘박형준’-국민의힘 ‘노무현 정부’ 겨냥

등록 2021-02-17 16:59수정 2021-02-17 17:28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지시로 정치인을 불법사찰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를 겨냥한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모든 정권의 불법사찰 의혹 전수조사를 역제안하며 불법사찰 의혹이 보수 정권으로만 향하는 것을 막아섰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 외에 경찰 등 다른 기관의 불법사찰 가담 정도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민주당 “박형준 후보 스스로 밝히라”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을 내고 “(이명박 정부)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박 후보는 불법사찰 관련해 어떤 보고를 받았고, 무슨 용도로 그 자료를 활용했는지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이를 ‘선거용 공작’이라 주장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반성은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모르쇠’야말로 선거를 앞둔 ‘구태정치공작’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경고한다. 지금은 정쟁보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불법에 대해 사과하는 게 우선”이라며 “청와대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을 감시하고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불법을 자행한 건 범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정태호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나와 “부산에 출마한 후보자가 당시 정무수석이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본인이 이런 내용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며 “(대법원이 국정원에 사찰성 정보를 공개하라고 한) 법원 판결은 언론이 취재해 드러난 사실이다. 선거 여부를 떠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민석 의원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박형준 교수가 이 사안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순간 불법사찰을 시인한 것”이라며 “정무수석실의 주요 업무가 국회의원 관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민정수석실이 (사찰 정보를) 공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때는 훨씬 심각한 수준의 불법사찰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한다”며 “18대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보공개 요구 절차를 밟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사찰 의혹 진상규명과 관련 입법 추진을 위해 당내 태스크포스(TF) 또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관련 내용이 논의되지 않았다. 이낙연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아마 다음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모든 정권 불법사찰 조사하자”

국민의힘은 ‘국정원의 사찰 흑역사 청산’에 동의하지만, 모든 정권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찰 정보 처리 방식을) 특별법을 만드는 방식을 택할지 아닐지는 더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며 특별법 제정 취지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일종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전 정권 전수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성 의원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민간인 사찰이라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다 조사를 하자”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이게(국정원의 정보 수집이)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없었나?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불법사찰을) ‘60년 흑역사’라고 했기 때문에 과거에도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도 제기했다. 하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도 사찰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 그러면 그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이런 걸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문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전날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에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을 사찰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보고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 뒤 정권 교체기에 국정원에서 자발적으로 사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보위 “모든 기관 조사 필요”

국회 정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경찰 등 국정원 외 기관의 불법사찰 가담 정도를 조사하기로 했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김창룡 경찰청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불법사찰에) 경찰이 제공한 자료는 무엇이었는지, 얼마나 국정원과 유기적으로 체계가 구축됐는지 (경찰의) 서버를 확인해보고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과거 국정원이나 경찰, 검찰 등이 개인을 불법사찰해 정보를 갖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일괄 (조사해) 처리하자는 취지의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정보위는 국정원의 불법사찰에 대해선 일단 국정원의 자정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자료를 취합해야 한다. 취합 전에는 상임위가 제출하라고 의결해도 제출할 방법이 없다”며 “자료를 취합해 정보위에 보고를 잘한다면 (정보위) 의결을 통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 한두 달 정도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박지원 원장이 요청한 불법사찰 문건 열람 뒤 폐기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는 여야가 뜻을 함께 했다. 김병기 의원은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나와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특별법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자료제출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문제가 있는데 자칫 제공하는 쪽에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면책권을 어떻게 줄 것인지, 열람한 사람이 누설할 경우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 수집 정보 중에는 합법 정보도 포함돼 있다”며 폐기 대상이 될 정보를 분리하는 기준과 정보 열람 권한을 누구에게 주느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철 오연서 기자 wonchul@hani.co.kr

▶바로 가기: MB국정원 사찰파일, 왜 뒤늦게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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