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 참석자들에게 재킷을 벗고 하자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백신이 해결책이 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백신 접종을 통해 올해 가을까지 집단면역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코로나19 퇴치’ 목표와 방법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머리발언을 통해 “지금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가 5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이 해결책이 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백신 접종에서 앞서가는 나라들도 방역 조치를 완화하자마자 다시 확산이 증가하고, 심지어 접종자 가운데서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 방역 전선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발언을 통해 백신 접종만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현실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더라도 당분간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를 강하게 유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은 지난 5월부터 접종자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지난달 27일 지침을 바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백신 접종 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돌파감염 해당자의 ‘추가 전파 능력’이 접종하지 않은 사람만큼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신이 감염을 막아 주지 못할지라도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크게 줄여 주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조하면서도 “집단면역 달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아직도 인류는 코로나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 변이도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며 “백신 접종과 적절한 방역 조치를 병행해 나가야만 코로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올해 추석 연휴 전까지 36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1차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일이면 1차 접종이 2000만명을 넘게 될 것”이라며 “9월까지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목표를 앞당겨, 추석 연휴 전까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에 불확실성이 있지만 8~9월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은 차질 없이 도입될 것이며, 국민들께서 더 많이 예약할수록 접종의 속도를 더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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