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전 정상 라운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공급망 회복력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해 “개방적이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 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한가운데 들어간 셈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공급망 회복력 글로벌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하나의 사슬로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모든 나라의 경제활동이 정상궤도로 복귀되어야 공급망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최근 물류 대란 해결을 위해서는 각국이 자국내 물류 흐름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국제사회와 기업이 함께 대체운송수단 마련, 운송 일정 조정, 정보 공유 등 공동의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심각한 전세계 수급난과 물류 차질 등의 문제가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됐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영국,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 스페인,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네덜란드, 싱가포르, 콩코민주공화국, 유럽연합이 참석했다. 로마 정상회의장에서 열렸지만 주요20개국 정상회의와 다른 미국이 주최한 별도 행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개회사에 이어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섰다.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코로나로부터 회복하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회복은 더디다”고 하면서 “완전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공급망 불안정 문제를 시급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를 통해 코로나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왔듯이 이번 회의가 공급망 회복과 세계 경제의 완전한 회복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결과 문서로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해 △투명성 △다양성과 개방성 및 예측 가능성 △안전성 △지속가능성 등 4개 핵심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장성명이 발표됐다. 청와대는 “이번 회의가 각국 정부와 기업이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 정신으로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는 데 있어 국제사회 전반의 관심과 지지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공급망 정상회의에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화상연설을 통해 공급망과 관련된 별도 국제회의를 제안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산업공급망의 유연성과 안정성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주요 20개국 회원국과 관련 국제기구의 적극적인 참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 산업부품 공급망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로마/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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