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빠 찬스 입사지원서’ 논란이 불거진지 12시간 만에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사정 업무를 맡고 있는 민정수석의 거취가 대선을 앞두고 ‘불공정’ 등 또다른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김진국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전날 아들이 기업체에 입사지원서를 내면서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니 많은 도움을 드리겠다”고 쓴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김진국 수석은 이날 아침 청와대에 출근한 즉시 사의를 표했다.
김진국 수석은 이어 오후에는 춘추관을 찾아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는 사임인사를 했다. 김 수석은 “제 아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는 적어도 가족과 관련해서도 한 점의 오해나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다”면서 “그래서 저는 떠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수석의 아들은 취업을 희망하는 지원서에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고 적은 게 전날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그가 쓴 입사지원서를 보면 ‘성장과정’에 “아버지께서 김진국 민정수석입니다” 한 줄만 적혀있다. ‘경력사항’엔 “한번 믿어보시라, 저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지원분야에 금융 영업, 희망연봉은 3500만원∼4000만원으로 기재했다. 정상적인 입사 지원서로 보기 힘든 상황인데, 그는 이전부터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김 수석 아들이 ‘아버지 이름’을 쓰지 않고 작은 아이티(IT)업체에도 취직했지만, 논란이 불거지며 그만뒀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민들이 느낄 정서, 이런 것 앞에 청와대는 즉시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빠른 사의 수용은 갈수록 대선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층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악재’를 조기에 수습해야한다는 판단이 컸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터’로 주목받고 있는 20대는 취업과 특혜 등의 문제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자칫 ‘아빠찬스 지원서’가 여권 전체의 ‘가족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불명예 퇴진’을 하는 김진국 수석도 기자들 앞에 서는 사임인사를 피하지 않으며 ‘사과’에 힘을 실었다. 김 수석은 “무엇보다 먼저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아버지로서 부족함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민정수석이 아들 지원서에 개입하지 않은 건 청와대가 확인한건가’ 묻는 질문에 “네, 그렇다”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김진국 수석 후임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하거나 계획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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