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공식회담을 하고 있다. 리야드/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나포 행위에 대해 “중동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역내 항행의 자유와 국제무역을 저해하는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3일 아랍에미리트 국적 화물선을 나포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17일에는 아부다비 석유시설과 공항에 드론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사우디의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억류된 선박과 선원이 조속히 석방되어 무사히 귀환하게 되기를 기원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사우디 주도 하에 걸프협력회의 통합사령부가 설치되고 걸프협력회의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무장세력 규탄과 함께 사우디와 국방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에게 “현재 한국의 우수한 방산 물자 도입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좋은 결실이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한국은 무기체계의 단순 수출을 넘어 기술이전을 통한 사우디 내 현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는 2030년까지 방산 기술의 자국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한국은 무기를 국산화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중동의 복잡한 안보·에너지 문제 등과 얽혀있다. 미국은 지난해 사우디·이라크·쿠웨이트 등에 배치된 패트리엇과 사드 등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전투기 비행중대 등 일부 전력의 감축 계획을 통보하고 이를 이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경쟁에 집중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미군 감축과 분쟁 개입 자제 등의 움직임을 보면서 외교 행보와 군사력 강화 등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왕실터미널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리야드/윤운식 선임기자
인남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장은 19일 ‘아랍에미리트 석유 시설 드론 피습사건 관련 함의’ 보고서를 통해 “2019년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 및 금번 아부다비 공격에서 알수 있듯 주요 아랍 걸프 국가 기간 시설 및 수도권 방공망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석유 시설은 물론 담수화 시설, 왕궁, 파이프라인 등 수송로, 공항 등의 목표물이 결코 공습에 안전하지 않기에 미사일 방어망 확장 등 기존 방공시스템 확충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아랍에미리트 순방 길에 4조원이 넘는 한국 방공미사일시스템 ‘천궁2’ 수출을 확정한 바 있다.
끝나지 않는 예멘 내전도 이 지역 정세를 계속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우디 아래에 위치한 예멘에서 2014년 촉발된 내전은 ‘시아파’ 이란과 ‘수니파’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진 상태다. 사우디 동맹군의 공격을 받던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3일 ‘수니파’ 아랍에미리트의 선박을 나포하면서 다시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후티 반군은 17일 아랍에미리트 공격때 사우디로도 드론을 출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랍에미리트 간 충돌이 커지고 있는 한가운데로 문 대통령이 순방을 나선 셈이다. 문 대통령은 후티 반군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격 당시 아부다비 일정 취소로 인해 두바이에 머문 뒤 18일 두번째 방문국인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도착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앞서 아부다비에서 예정된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취소하며 예기치 못한 긴급한 사유(unforseen and urgent matter of state)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지에서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군 공격이 대통령 순방 일정과 겹치는데 보고를 (사전에)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이) 사우디로 넘어갔는데 중동의 정세가 약간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만 이것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늘 있고, 잘 알려진 일들”이라면서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는 그러한 정세를 감안한 경호 원칙을 다 반영해서 일정을 확정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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