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역사는 때론 정체되고 퇴행하기도 하지만 결국 발전하고 진보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역사도 계속 발전하고 진보해 나가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만료를 약 한 달 앞둔 가운데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들머리발언을 통해 “우리의 지나온 역사도 그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헤쳐 오며 때론 진통과 아픔을 겪었지만 그것을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삼아 결국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해 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근현대사의 진통과 아픔’과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을 말해 주목을 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부동산 정책 등을 두고 ‘문재인만 빼고 다’(ABM·Anything But Moon)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부와 외교안보, 부동산 등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뀐 정책에 대해 “결국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역사도 계속 발전하고 진보해 나가리라 확신한다”면서 “우리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긍정하며 자부심을 가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윤석열 당선자와 회동을 앞두고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대한민국의 성공은 “역대 정부가 앞선 정부의 성과를 계승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발전시켜온 결과”라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역사가 총체적으로 성공한 역사라는 긍정의 평가 위에 서야 다시는 역사를 퇴보시키지 않고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전임 정부의 성과를 부정해선 안된다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정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신장된 국력과 국가적 위상에 맞게 정치의식도 함께 높아지길 기대한다”면서 “이제는 옆도 보며 함께 가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치의 역할이 크다. 혐오와 차별은 그 자체로 배격되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소수자인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 등을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을 비판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안 하나만을 놓고 한 발언은 아니지만 장애인 이동권 문제도 포함해 말씀하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재임 중에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혐오와 차별을 막는 제도적인 방안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야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관해 처음으로 이야기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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