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대통령실

“주어는 일본” 국힘, 윤 대통령 보위 나섰다 궁색 처지

등록 2023-04-25 18:22수정 2023-04-26 02:42

대통령실·여당, ‘일본 과거사 면죄부’ 대통령 발언 감싸기 급급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50년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교류·협력을 무의미하게 하는 건 어리석다는 것”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의회에서 한 연설까지 끌어와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오역”이라고 한 주장도,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윤 대통령의 발언 원문을 공개하면서 궁색한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수행 중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4일(현지시각) 워싱턴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안보 협력이 긴요한 상황에서 (일본이) 무릎을 꿇지 않으면 두 나라 관계 개선은 절대 안 된다, 또 두 나라가 아무것도 안 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나라를 위해서 더 이상 (한-일 관계 개선을) 늦출 수 없었다는 점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한-일 관계 정상화 시도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있었던 1998년에도 있었다. 50년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교류·협력을 무의미하게 하는 건 어리석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5일 ‘윤 대통령의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를 어떻게 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998년도 김 전 대통령도 (일본) 의회 연설에서 비슷한 기조의 말씀을 했다”며 “국가 안보가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과 관계 개선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그런 취지”라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98년 10월8일 일본 의회 연설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제 한·일 두 나라는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를 맞이했다”며 “일본에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 과거사 반성 요구나 제안 등이 전혀 없었던 윤 대통령 인터뷰와 달리, 김 전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가 ‘오역’됐다며 윤 대통령 ‘보위’에 나섰다가 민망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등이 ‘받아들일 수 없다’의 주어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이라며 오역 의혹을 제기하자,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미셸 예희 리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이날 오전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 원문을 공개했다. ‘무릎 꿇으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의 주어가 윤 대통령임이 확인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과거사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윤 대통령의 역사 인식 비판을 이어갔다.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과 여당이 뭐라고 변명과 억지를 늘어놓아도 윤 대통령의 친일 본색을 더 이상 숨길 수는 없다. 일본 편이나 드는 대통령을 국민이 언제까지 참고 바라봐야 하냐”며 “윤 대통령은 직접 사과하고 일본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으라”고 주장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윤 대통령, ‘김건희 파우치’ 박장범 KBS 사장 임명안 재가 1.

윤 대통령, ‘김건희 파우치’ 박장범 KBS 사장 임명안 재가

‘1호 헌법연구관’ 이석연, 이재명 판결에 “부관참시…균형 잃어” 2.

‘1호 헌법연구관’ 이석연, 이재명 판결에 “부관참시…균형 잃어”

관저 유령건물 1년8개월 ‘감사 패싱’…“대통령실 감사방해죄 가능성” 3.

관저 유령건물 1년8개월 ‘감사 패싱’…“대통령실 감사방해죄 가능성”

다 ‘내가 했다’는 명태균, 이번엔 “창원지검장 나 때문에 왔는데…” 4.

다 ‘내가 했다’는 명태균, 이번엔 “창원지검장 나 때문에 왔는데…”

김정은 기다리게 한 ‘7초’…악수하자는데, 북한군 고위급은 경례중 5.

김정은 기다리게 한 ‘7초’…악수하자는데, 북한군 고위급은 경례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