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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독설 대 불신 ‘막말 전쟁’, 공익과 균형 어느새 뒷전

등록 2006-07-30 19:16수정 2006-07-30 21:33

청와대와 조·동 극한대치 들여다보니

참여정부 3년 반 내내 깎아내리고 발끈하고…‘지긋지긋한’ 충돌

“비난만 하는 신문 1차책임 보도 외면하는 것도 문제”

청와대가 28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대해 취재를 거부하기로 한 것은, 비단 이번에 문제가 된 칼럼 ‘세금 내기 아까운 약탈정부’와 기사 ‘계륵(鷄肋)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다. 청와대와 두 신문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줄곧 갈등을 빚어 왔다. 주로 두 신문이 공격을 하면, 청와대가 반격하는 형태였다. 특히 2004년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양쪽은 되돌리기 힘든 관계로 치닫게 된다.

갈 데까지 간 막말 공방=조선일보는 2004년 3월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뒤, ‘탄핵 이후’라는 ‘김대중 칼럼’(2004.3.20)에서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이후’라는 ‘류근일 칼럼’(2005.9.5)에선 “노무현 시대는 생각보다 일찍 말기적 증세에 빠지고 있다. (중략) 노무현식 정치게임에 일일이 대적하기보다는 ‘노무현 이후’를 기획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의 최근 칼럼들을 보면, 노 대통령에 대한 증오감이 읽혀진다. “헌법재판소의 신문법 핵심 조항 위헌 결정은 민주화세력을 자처하면서도 전체주의적 억압을 획책한 노 정권의 본질을 확인시켰다.”(2006.6.30 ‘노무현 언론관 사망선고’) “노 대통령은 사회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정치를 시작해 자칭 민주화세력과 운동권 386으로부터 좌파 논리를 편식했다. (중략) 남은 1년 반, 우리끼리라도 실용적 세계화로 살아남아야 한다. 일제 36년도 견딘 우리다.”(2006.6.2 ‘대선까진 1년 반이나 남았다)

청와대는 주로 청와대 홈페이지의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반격해 왔는데, 거칠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 브리핑은 2004년 7월 동아·조선일보의 행정수도 이전 비난에 대해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라고 주장했다. 또 올 5월엔 부동산 정책 비난에 대해 “불량식품만 욕할 게 아니다. 불량기사 역시 피해를 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막말 공방은 소송이나 취재 거부 같은 극한 대립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동아일보는 2004년 9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에 대해 10억원의 명예훼손 청구소송으로 답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8월 1심에서 패소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2004년1월 “노 대통령이 ‘내가 (검찰을) 죽이려 했다면 두 번은 갈아 마실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10억원의 명예훼손 소송과 취재 거부로 대응했다. 조선일보는 2005년 7월 정정보도를 냈다.


뿌리 깊은 노무현과 조·동의 갈등=노 대통령 개인과 두 신문의 대립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대 총선을 몇 달 앞둔 91년 10월 <주간조선>은 ‘노무현 의원을 요트를 즐기는 재력가’로 보도했다. 언론과 싸우는 것을 극히 꺼려했던 당시 정치인들과 달리, 노 의원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있기 전인 2001년 김대중 정부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동아·조선 등의 사주들을 탈세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다른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은 침묵했지만, 노 후보만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지는 동안에도 두 신문은 “노 후보가 ‘메이저 신문 국유화’ ‘동아일보 폐간’ 등의 발언을 했다”고 계속 문제 제기를 했고, 노 후보는 “동아와 조선은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 후보는 당시 조선일보와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선거 당일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정책이나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 양 쪽의 극한 갈등이 가져오는 문제는 감정적 대립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정책이나 이슈는 밀리게 된다는 점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선·동아가 감정적인 용어로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 정부가 두 신문의 비판을 악의적인 보도라며 순수하게 안 받아 주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참여정부와 동아·조선의 갈등은 비판이 아닌 비난만 하는 두 신문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며 “하지만 정부 역시 너무 두 신문을 의식하지 말고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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