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맨 왼쪽)이 18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당선인 초청 신 성장동력 창출 산·학·연 전문가 간담회’에서 가수 박진영씨(맨 오른쪽) 등 참석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당선인 “말로 하면 안돼” 현장중시 ‘눈길’
‘상반기 계획’ 대신 ‘주 단위 계획’ 주문하기도
‘상반기 계획’ 대신 ‘주 단위 계획’ 주문하기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회의에 직접 참석해 새 정부의 우선추진 과제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인이 강조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촘촘한 시간관리 계획을 세우라는 이른바 ‘디지털 마인드’와 ‘현장 중시’였다.
이 당선인은 규제개혁과 관련한 시간표를 만들 것을 주문하면서 “금년 상반기, 하반기 이런 식은 아날로그 식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월별 계획을 짠 뒤 첫째 주, 둘째 주 계획을 짜고, 첫째 주도 며칠까지 하는 이런 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촘촘하고 정밀한 계획을 요구한 것이다. 이 당선인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직원들에게 “시간을 오전·오후로 나누지 말고, 0시00분 식으로 세분화해 사용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 당선인은 또 이날 ‘현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겠다’고 사무실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기업하는 사람들은 믿지도 않고 웃는다”, “말로 하면 안 된다. 자리에 앉아 페이퍼(서류)로만 하면 안 되고, 책임자가 현장에 들러야 한다”며 ‘현장 중심’의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 당선인은 ‘현장 중심’이 결여된 구체적 예로 ‘목포 대불공단 다리 위 전봇대’를 언급했다. “선거 때 목포 대불공단에 가 봤는데, 공단 옆 교량에서 대형 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폴(전봇대)이 서 있어 잘 안 된다. 짐은 태산같이 쌓였는데 그거(전봇대) 때문에 일이 안 된다”며 “산자부 국장이 나와 있어 (왜 전봇대를 옮기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전남)도도 권한이 없고, 목포시도 안 되고, 산자부도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못 옮긴다’고 했다. 아마 지금도 안 됐을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대불산단 입주 조선업체들이 전신주 때문에 불편하다는 건의를 받아들여 2004년부터 한전과 공동으로 80억여원을 투입해 ‘대불산단 전선지중화 1단계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2009년에 완공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이 당선인이 어떤 전신주를 보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백성운 인수위 행정실장은 이런 지적과 관련해 “이 당선인은 원래 ‘상반기, 하반기’ 등 불분명한 기간을 명시하거나, ‘점진적으로’ 같은 흐릿한 표현을 싫어한다”며 “실용·현실적인 것을 추구하기에 보고 내용 자체보다 이후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이런 ‘디지털 마인드’와 ‘현장 중시’ 가치관, 그리고 관료사회에 대한 비판은 기업 경영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장 상황’과 당일의 업무량 진척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설회사에서 이런 경험이 절로 체득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당선인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시 직원들에게 “기업 마인드, 경영 마인드를 체질화할 것”을 당부했다. 이 당선인은 ‘기업 마인드’란 ‘서비스 마인드’, ‘고객 제일주의’를 뜻하며, ‘경영 마인드’는 “성과를 중심으로 일을 처리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행정이 구체성과 현장성을 띠어야 한다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다만 전시·과시형으로 흐르거나, 모든 고위 공직자들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무조건 현장으로 달려가는, 또다른 비효율을 낳지는 말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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