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7일 낮 전주 전북도청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구내식당에서 훈제 오리를 배식받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취임 때 60% 지지율 두 달 만에 반토막
당·정·청 우왕좌왕…‘쇠고기 혼란’ 키워
이 대통령 ‘정부 광우병 대응 미숙’인정
당·정·청 우왕좌왕…‘쇠고기 혼란’ 키워
이 대통령 ‘정부 광우병 대응 미숙’인정
7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8.5%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였다. 취임 때 60% 안팎이던 지지율이 불과 두 달 만에 반토막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을 모시는 입장에서 매우 송구스럽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보통 정권 말기에 나타난다. 또한 그 정도 지지율이면 국정운영을 힘있게 하기 어렵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대연정·개헌 같은 정치적 문제 때문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주로 교육·먹거리 등 민생정책에서 대중과 심각하게 부딪치고 있다”며 “대중과 정부가 정책을 놓고 이처럼 충돌하는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배경에는 청와대가 국정난맥상을 자초한 책임이 크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대부분의 국정조정 기능을 청와대로 집중시켰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은 물론, 각 정부 부처도 세부적인 사안까지 청와대 지침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전임자의 사표만 받아놓고, 후임자를 정하지 못한 채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구조상 정책조정을 맡아야 하는 청와대가 개별 사안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면서 국정은 잔뜩 꼬이기 시작했다.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 청와대 답변은 늘 “해당 부처에서 알아서”라고만 말한다. 이번 쇠고기 문제를 두고도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민심이반이 극심해지도록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것을 두고도 청와대는 “부처로부터 보고만 받았다”고 주장한다. 협상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있지만, 국정 사령탑 기능은 스스로 부인하는 격이다.
속도와 추진력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번 쇠고기 협상은 총선 이틀 뒤 시작돼 일주일 만에 끝났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적 논란이 될 때까지, 협상 내용을 신문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이러다보니, 여당 의원들도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져 야당과 똑같은 목소리를 낼 때가 적지 않다. ‘정치논리’를 폄하하고, ‘경제논리’를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낳은 한 현상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모든 정책에는 정무적 판단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가 이런 판단 자체를 ‘정략적’이라고 무시하다, 결국 지금 같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 결여에 대해선 청와대 내부에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 한 관계자는 “쇠고기 협상을 정상회담 전인 18일 타결 짓는다면, 그에 따른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면밀히 검토해 곧바로 후속 조처에 나서야 했다”며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일이 더 커졌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뒤늦게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7일 홈페이지에 ‘만인만답’란을 개설해 광우병과 관련된 국민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 시작했다. 쇠고기 문제에 언급을 피하던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전북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건강이 최우선”이라며 여론 달래기를 꾀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발상 전환까지는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국정난맥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권태호 이유주현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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