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 앞에서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다. (서울=연합뉴스)
청와대가 경제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를 ‘위기의 시간’으로 내다보며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계 금융위기는 내년 상반기가 최악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며 “정부의 모든 초점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5회 무역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도 “(경제는)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특별한 비상대책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날 기념식에 앞서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과 환담하면서 이 회장이 지난달 무역흑자를 언급하자, “내년 상반기가 최악의 상태고, 그다음에 2~3% 마이너스 할 거야. 하반기에는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2~3%’가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이 대통령의 경제전망이 비관적인 것은 확실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만 해도 “우리 금융유동성은 사실상 해결됐다”, “대한민국은 두려워할 만한 근본적인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등 특유의 낙관론을 설파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부정적인 경제전망이 잇따르자, 생각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경제상황 악화가 정치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최악의 상황으로 본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지난 1일 친박근혜 성향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내년 3~4월이 되면 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2월 대졸 실업자들이 쏟아지고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게 되면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협조를 당부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청와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재정의 조기집행 등을 통해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려고 애쓰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예산 통과 다음날부터 바로 예산이 집행되어야 할 정도로 하루하루가 급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에서 조급한 심정을 엿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날 국무회의에서 농촌공사의 구조조정 사례를 ‘고통분담의 전형’으로 예시하면서 공기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농촌공사의 경우, 최근 구조조정 차원에서 전체 인원의 15%를 감원하기로 했는데, 노사 합의 하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올해 급여인상분 2.5%를 기금으로 만들어 퇴직자들에게 보태주기로 했다”고 소개한 뒤, “이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각 부처 장관들은 산하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연말까지 실적 등을 평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인력감축 등 공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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