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8일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별도로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70년간 이어진 전통적 냉전구도를 해체하고 남북과 미·중·일·러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열릴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됐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급적 조기에 개최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계획을 언급하며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고, “그 모든 과정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필요한 과정이며, 또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중국과 잇따라 정상회담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납치자 문제 등으로 북한에 경계심을 품은 일본과 북한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선언 등을 이뤄내기 위해, 기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 구도를 넘어 주변국 모두가 공감하는 평화정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할 수 있도록 미국 외에 다른 관련국들과 협력해나가는 데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가) 남북 또는 북-미 양국 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중국·러시아·일본 등 동북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국가들의 세력 균형 이런 데서 완전히 그 흐름이, 틀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냉전체제가 종식됐는데 그 뒤로 30년이 흘러 우리나라와 동북아에서도 남아 있는 냉전체제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러시아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확대돼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 유라시아 공동번영·평화체제를 이뤄야 한다”고 했고,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은 동북아 평화와 협력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정치적 의미의 종전선언은 남·북·미가 하더라도 그 이후 평화협정 추진은 앞으로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과거 6자회담 틀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평화 안정이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동북아로 확산돼 동북아 다자안보공동체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구상을 지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보협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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