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미와 갈등 소지 있지만
한미일 맞선 냉전구도 낳진 않을듯
한반도 주변국 이해통합 외교 필요
한미일 맞선 냉전구도 낳진 않을듯
한반도 주변국 이해통합 외교 필요
북한과 미국이 2차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에 합의한 가운데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조만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북·중·러를 아우른 새로운 한반도 주변 질서를 예고했다. 북·중·러의 전략적 행보가 결국 동북아시아 냉전체제 해체로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중·러는 최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중국과 러시아 순방을 계기로 ‘3국 협의’의 틀을 마련했다. 북·중·러가 ‘양자 유대’를 넘어 ‘3자 협의’라는 새로운 연대를 구축한 건 한반도 외교사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이들 3국의 전략적 조율이 제도적 차원에서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다. 중국을 지구적 차원의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이런 연대가 중국의 한반도 관여를 확대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상황을 경계할 수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은 북-중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으나,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실현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과 장기전을 결심하고 일단 숨을 골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수교 70주년을 맞는 12일 즈음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의 전용차를 수송한 북한 화물기가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항로정보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다24’를 보면, 북한 화물기 P-914(일류신 76MD)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를 들렀다가 되돌아갔다.
북·중·러 연대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이전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까지 철회한 적이 있다. 시 주석이 방북한다면 북한의 환대와 함께 미국의 의구심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대북제재에서 미국과 다른 입장에 서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선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등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상응조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유엔총회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북·중·러 3자 연대가 미국을 향해 대북제재 완화라는 공동의 목소리를 낼 것임을 시사한다.
북·중·러 연대가 이른바 한·미·일 동맹에 맞서는 냉전적 틀로 발전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지지하고 있다. 북한의 개방과 남북 철도 연결 등을 통한 경제적 기회에도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과 오랜 적대관계 청산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라는 큰 흐름에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반도 주변국들의 이해를 통합해내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moon@hani.co.kr
관련기사
이슈한반도 평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