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법무·행정안전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고 장자연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을 둘러싼 은폐·부실 수사 의혹 등에 대해 “검찰과 경찰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하라”며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함께 책임지고 사건의 실체와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세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이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사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 기관들이 고의적인 부실수사를 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권력형 사건 앞에서 무력했던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 위에서 과거에 있었던 고의적인 부실·비호·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정기관으로서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진실규명 요구와 함께, 과거 수사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강한 의혹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사건은 과거의 일이지만, 그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 요청 제안에는 6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에게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두 장관은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실규명과 국민이 갖는 의혹에 대한 해소다. 재수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강구해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박 법무부 장관은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관해 “기존 불기소 처분 경과와 문제점이 있다. 김 전 차관의 강간, 불법촬영, 성 접대 뇌물 혐의를 충실 조사한 것인지 의혹이 있고 혐의가 인정이 안 된다는 이유로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인지 아닌지 등 기본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며 기존 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장자연,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과 관련해 “오래된 사건인 만큼 공소시효가 끝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아닌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며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버닝썬 사건에 관해 “강남 클럽 사건은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마약류 사용과 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인 영업과 범죄 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하여 묵인·방조·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으로 의혹이 사실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이들의 드러난 범죄 행위 시기와 유착관계 시기는 과거 정부 때의 일이지만, 동일한 행태가 지금 정부까지 이어졌을 개연성이 없지 않으므로 성역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사한 불법 영업과 범죄 행위, 그리고 권력기관의 유착행위가 다른 유사한 유흥업소에서도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수사와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들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고의적인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그리고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며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는 온갖 불법과 악행에도 진실을 숨겨 면죄부를 주고, 힘없는 국민은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장자연씨 사건은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이번 달까지 조사를 마무리해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이를 권고하면 검찰이 어찌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역시 진상조사단이 회의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연철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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