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신설·수사권조정 설계자에 마무리 맡기자는 생각
‘검찰 정치개입 정상 아니다’ 판단…전방위 수사로 되레 임명 결심
주말 여론보며 2개 메시지 준비해 청와대 자체 조사 ‘문제없다’ 결론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장관 등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여러 논란과 야당의 거센 반대, 절반이 넘는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현 정부 최대 과제인 검찰개혁 완수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전례 없는 전방위 수사 속에 조 장관 부인 기소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조 장관 본인의 위법·범죄 혐의가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면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검찰개혁 적임자”…포기 못해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을 비롯한 6명의 장관급 인사에게 임명장을 준 뒤 머리발언에서 “권력기관 개혁이 가장 중요한 공약이었다”며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 의지가 좌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국무위원 임명장을 주며 생중계되는 대국민 담화 형식을 통해 임명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요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검찰개혁을 위해 조 장관이 필요하고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한 셈이다.
조 장관은 정권 출범 뒤 2년2개월 동안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주도적으로 설계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조 장관이 검찰개혁의 가장 적임자라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초지일관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원칙주의자인 문 대통령이 결국 사법·검찰 개혁이라는 가장 큰 원칙을 기준 삼은 것 같다”고 했다.
검찰수사가 오히려 임명 결심 굳힌 듯
조직의 사활을 건 듯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는 ‘조국이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오히려 더 강화한 듯 보인다. 특수부 검사들이 대거 동원된 수사와 중요한 정치적 고비의 순간에 맞춰 진행된 압수수색, 청문회 종료 직전 장관 부인 기소, 이후 진행된 피의사실 흘리기 의혹 등이 오히려 임명 강행 쪽으로 뜻을 굳히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검찰이 정치 과정에 끼어든 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봤다”며 “검찰 탓에 조 장관이 거꾸러지면 그 후임이 누가 되든 검찰개혁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시기를 놓쳐 검찰개혁에 실패한 뼈아픈 경험을 곱씹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권력기관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분명히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법·검찰 개혁은 조 장관의 몫이지 윤석열 검찰총장의 몫이 아니다. 검찰개혁을 어떻게 검찰이 할 수 있겠나”라며 “문 대통령이 제도 개혁은 장관, 수사는 검찰의 몫이라고 명확히 구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조 장관의 역할에 치명타를 줄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긴박했던 주말…대국민 메시지 2개 준비
문 대통령이 주말을 넘기고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까지 취소하며 고심한 데에는 극명하게 갈린 여론의 문제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조 장관 본인의 처벌 가능성을 검증하느라 시간이 필요한 탓도 컸다고 한다. 주말 전까지 ‘무조건 임명’이던 기류는 검찰이 전격적으로 조 장관 부인을 기소하면서 달라졌다. 실제 문 대통령은 8일 오후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에게 조 장관 임명과 지명철회라는 두가지 대국민 메시지를 모두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식 머리발언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체적으로 확인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가장 고민한 것은 조 장관 본인의 범죄 혐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며 “청문회와 자체 회의를 거쳐 조 장관이 직을 수행하는 데 치명적인 본인의 문제는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고 전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뉴스룸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