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적극적인 확대재정의 불가피성을 거듭 역설했다. 정부가 지닌 재정역량을 최대한 쏟아부어야 코로나발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확대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2020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다.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재정 분야의 최고위급 의사결정 회의다. 이날 회의는 2004년 처음 열린 뒤 17번째로 열린 회의다.
문 대통령이 이날 확대재정을 강조한 데는 코로나발 경제위기의 심각성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실제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7만여명이나 줄어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까지 격화하면서 수출 등 외부 요인의 불확실성도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의 구실을 경제 충격을 막는 “방파제”나 “백신”, 경기 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에 빗대기도 했다. 회의 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재정 확대로 경제 추가 하락을 방지하고 성장을 견인해 선순환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내년까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견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편성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고용·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1, 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달라”고 했다. 1차 추경(11조7천억원)과 2차 추경(12조2천억원) 규모를 웃도는 ‘초대형’ 추경 편성을 주문한 것이다. 추경안 처리도 다음달 안에 마쳐달라고 국회에 부탁했다. 그래야 필요한 돈이 적시에 민생·경제 현장에 풀릴 수 있다는 이유다. 3차 추경이 편성된 것은 1972년이 마지막이었다.
재정건전성 기조가 강한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를 향해선 ‘국가재정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초래한 미증유의 경제위기 앞에서는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과감한 재정 투입→내수 진작 등 경기 활성화→국내총생산 증가→재정건전성 회복’이라는 ‘정책적 역발상’을 제시한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일 수 있다”며 사회협약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국가재정이 다른 나라들에 견줘 “매우 건전한 편”이라고도 했다. 실제 2차 추경까지 반영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치인 110%보다 낮다. 다만 필요 없거나 급하지 않은 세출은 최대한 줄여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증세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정리됐다. 참석자들은 “증세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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