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과거 외환, 금융위기 극복 과정 당시 소득 격차가 벌어졌던 전철을 절대 밟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나아가 한국판 뉴딜을 통해 외려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 국무회의에서 “위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라며 “오히려 위기를 불평등을 줄이는 기회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소득 격차가 커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의지를 표시한 것은 최근 ‘코로나19’가 소득 격차를 벌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하위 20%의 가구 소득은 월평균 149만8천원으로 1년 전과 같았지만,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115만 8천원으로 1년 전에 견줘 6.3% 늘었다. 결과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1년 전 5.18보다 0.23 커졌다. 5분위 배율은 숫자가 커질수록 소득 불균형이 깊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예기치 않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불평등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라며 “코로나가 격차를 더욱 키우는 엄중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외환위기 당시 5분위 배율이 3.80에서 4.97로 커지고, 금융위기 때도 2008년 4.88에서 2009년 4.97로 악화한 사례도 반면교사 삼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위기극복에는 성공했지만, 그럴 때마다 소득 격차가 벌어졌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라며 “상생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위기극복이라고 할 수 없다”며 소득 격차 악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소득 격차가 벌어진 위기 극복은 진정한 성과라고 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강하게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고용 유지와 복지 강화를 통한 한국판 뉴딜이 해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가 최고의 사회 안전망”이라며 한국판 뉴딜에서 밝힌 2022년까지 31조3천억 원을 투입해 일자리 55만개를 창출,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의 기초를 놓아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그는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라며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특수고용자 등 고용보험 가입대상 단계적 확대 △국민취업지원제도 마련 △복지 전달체계 강화 등을 언급했다. 그는 또 기초생활보장 제도 부양 의무자 기준 폐지와 40대 맞춤형 일자리 정책 강화 등도 지시했다. 그는 “사회 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사람 우선의 가치와 포용 국가의 기반을 완벽히 구축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노사정이 함께 하는 사회적 대타협도 코로나19 위기극복의 필수사항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달 22년 만에 양대 노총이 참여한 노사정 대화가 출범한 것을 염두에 둔 듯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 조속히 결실을 맺어 위기극복의 힘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