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영민 비서실장을 포함해 비서실 산하 수석비서관 전원 사의 표명 사태를 부른 핵심은 부동산 파동이었다.
정부가 18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난해 12월16일 노 실장은 청와대 비서관급(1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에게 이듬해 7월 말까지 다주택을 처분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정부는 이후에도 계속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혼란은 가중됐다. 들끓는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부은 건 정작 노 실장이었다. 옛 지역구인 충북 청주와 서울 서초구 반포에 아파트 2채를 지녔던 노 실장은 지난달 아파트 매각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반포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는 청와대 대변인 발표가 난 지 40분 만에 청주 아파트를 팔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 비서실장마저 ‘똘똘한 한 채’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노 실장은 뒤늦게 반포 아파트를 매각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다주택 상태를 해소하지 않은 비서관급 이상 참모가 8명이라고 밝혔고, 청와대는 이들에게 8월 안에 주택 처분을 완료한 뒤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청와대의 권고 조처에 이어 국회가 다주택 부담을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면서 가까스로 수습 국면에 들어갔던 부동산 민심은 김조원 민정수석으로 인해 다시 악화됐다.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김 수석은 잠실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했지만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내놓은 사실이 6일 드러났다. 부랴부랴 여론 동향 파악에 나선 청와대는 이미 임계점에 이르렀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여권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서울 수도권과 30대 여성 등 적극 지지층들은 등을 돌렸고, 대통령 국정 지지도도 부정이 긍정을 앞서는 ‘데드 크로스’ 현상이 빚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몇달 전부터 관련 참모를 교체하려고 검토했다”고 말했다. 노 실장 체제에서 경직된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작용했다. 최근 청와대 실무진 사이에서는 불통과 권위주의에 관한 불만이 쌓이면서 각자 제 일만 하자는 분위기가 짙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일단 임종석-노영민 체제에 이은 3기 청와대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노 실장과 수석들의 사의 표명이 대부분 수용될 것으로 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일괄, 전격이라고 하지만 느닷없이 이뤄진 일은 아닌 걸로 안다”며 “대통령이 그간 얼마나 많이 주변 여론을 들었겠나. 범위나 시기가 일부 다를 수 있겠지만 반려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파격적이고 참신한 참모들을 기용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다만 노영민 실장이나 김조원 수석 후임으로 적절한 인사를 찾는 데 난항을 겪을 경우 한시적으로 노 실장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문제는 대통령 비서실 개편만으로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여부다. 야당은 부동산을 비롯해 책임있는 정책 담당자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장·부산시장이 걸려 있는 내년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레임덕에 빠지지 않으려면 고강도의 쇄신책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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