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복층 임대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낮과 밤 두 차례나 같은 내용으로 ‘문자 브리핑’을 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임대주택단지 방문을 보도하며 ‘13평에 4인가족도 살겠다’는 발언을 부각시킨 일부 언론과, 이런 보도에 반응해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는 식으로 문 대통령을 비꼰 야당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강 대변인은 첫 브리핑에선 “풀 기사(현장취재)에 따르면, 대통령 언급은 (변창흠 설명을 발언을 들은 뒤) ‘그러니까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 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라는 (식으로 되묻는) 질문이었다. 변창흠 사장의 바로 다음 언급이 ‘네’라는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마치 대통령이 ‘13평짜리 좁은 집이라도 부부와 아이 2명까지 살 수 있겠다’라고, 질문을 한 게 아니라 규정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저녁 9시께 같은 이슈에 대해 두번째 문자 브리핑을 냈다. 강 대변인은 “공공임대주택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우리 국민이, 자존감을 갖고 삶을 영위하고 있는 곳”이라며 “그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청년, 신혼부부,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위해 소형 신축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공약을 왜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 대변인이 말한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을 비판한 유승민 전 의원이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보통 사람들은 내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은 그런 ‘바보같은 꿈’은 버리라고 한다”며 “대통령이 무슨 권리로 내집마련의 꿈을 버리라고 하는가. 그래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거다.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고 글을 남겼다.
청와대가 언론사 대부분이 뉴스 공급을 쉬는 토요일에 두 차례나 날선 반응을 내놓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부동산 이슈에 민감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주간 단위로 내놓는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를 보면, 문 대통령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부동산 문제’다. 12월 2주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 언급된 것은 부동산 정책(18%)이 으뜸이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증폭된 무주택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여론조사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 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현 LH 사장)와 함께 단층 세대 임대주택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대 아파트도 쾌적한 삶이 가능하게 더 넓게 공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의 일부만 부각시켜 ‘서민들한테는 13평 임대 아파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냐’고 비틀어 보도한 일부 언론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고 비꼰 야당 정치인의 태도 역시 공공임대정책의 정책적 공과를 따지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의 ‘선의’를 헤아려 ‘국민들도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보자’라고만 보도하는 게 옳은 지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 행사 이후 시민들 앞에 직접 나와 정책에 대해 대화한 적이 없다. 언론과도 올해 1월 신년기자회견 이후 만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와 같은 선언적 발언은 거듭 내놨지만, 부동산 시장 혼란 등으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데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탄소중립선언 등 오로지 준비된 행사에 나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발언을 전달할 뿐이었다.
공공임대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은 대통령이 전시성 방문 행사에 차기 주무장관 지명자와 함께 나가 ‘하고 싶은 말’ 몇마디 던지고, 감동적인 화면 몇 컷 연출하는 것으로 깨지지 않는다. ‘소통’이 목적이 아닌 ‘일방적 감동’을 선사하려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부동산 민심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청와대는 언론의 ‘악의적 보도’ 대응에 집중하기보다는 ‘악의적 공세’가 먹힐 만큼 여론이 곪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12일 청와대 브리핑 뒤 문 대통령의 임대주택단지 방문 발언 전문을 전달한 <한겨레>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청와대 브리핑은) 문 대통령은 그저 (되)물었을 뿐 동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대통령이 본심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4인이 살기에는 부족해보이는군요’라고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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