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스테판 반셀 모더나 시이오와 코로나19 백신 관련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민석 대변인은 29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모더나사의 스테판 반셀 시이오(CEO·최고경영자)와 어젯밤 9시53분 부터 10시20분 까지 화상 통화를 했다. 27분간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반셀 시이오는 우리나라에 2000만 명 분량인 4000만 도즈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모더나가 협상하고 있던 2000만 도즈의 2배 분량이다. 모더나는 지난 17일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아 백신 공급을 시작했다.
청와대는 백신의 국내 공급 조건도 유리하게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구매 물량 확대와 함께 (도즈당) 구매 가격은 인하될 예정”이라면서 “백신 공급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모더나는 당초 내년 3/4분기부터 물량을 공급키로 했으나 2/4분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모더나는 공급시기를 더 앞당기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계약이 당초는 연내에 있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게 어제 통화를 통해서 계약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더나쪽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반셀 시이오는 ‘조기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 정부가 빠른 계약 체결을 원하면 연내에도 계약이 가능할 것’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반셀 시이오에게 “호의적인 말씀에 감사하다. 가급적 연내에 계약을 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연내 모더나와의 계약이 성사되면 우리나라는 56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모더나 시이오와 통화를 공개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백신 도입 지연 논란’에 따른 여론 악화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새로 개발된 백신을 빨리 접종하는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국내 확진자수가 하루 1000명대를 넘어서고 미국·영국에 이어 싱가포르 등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정부의 백신 지연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전부터
백신 도입을 지시했다는 비공개 회의 발언 등을 공개한데 이어 이번에 직접 협상과정까지 나서 해결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셀 시이오와 통화 성사 과정에 대해선 “물밑 협상 과정을 공개적으로, 계약 체결을 앞둔 상황에서 낱낱이 말씀드리는 것은 조금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반셀 시이오는 백신 개발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한국 국립감염병연구소와 모더나 간에 팬데믹 공동대응을 위해 백신 후보 물질 개발, 임상시험 등을 위한 연구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고, 모더나 백신을 한국 기업이 위탁생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반셀 시이오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 경우라도 한국과 협력하면 코로나 백신 개발에 걸린 기간보다 훨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바이오 신약개발을 중시하고 있고, 한국 대기업이 강력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잘 안다”면서 “백신 개발에도 불구 생산 역량이 부족했는데 위탁생산 시 대규모 생산 능력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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