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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구시대 정치로 대립 부추겨”…‘원전 공세’ 작심비판

등록 2021-02-01 15:12수정 2021-02-01 21:16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야당의 ‘대북 원전 지원 의혹’ 공세를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규정하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지도자들을 향해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연 수석·보좌관 회의 머리 발언을 통해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며 “민생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지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저장장치(USB) 자료 가운데 원전 건설 제안이 들어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으로선 야당의 ‘탈원전’ 이슈를 ‘북핵’ 프레임에 엮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야권의 시도에 최대한 정제되면서도 엄중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검찰 공소장에 근거해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이적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혹세무민한 발언”이라고 했고, “(북한에 건네준) 자료에는 ‘원전‘의 ‘원’자도 들어있지 않다”(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건설비용만 5조원이 들고 건설기간이 10년 넘게 걸리는 원전을 어떻게 극비리에 합의할 수 있겠냐”(윤영찬 의원·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고 하는 등 여권의 반격도 이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선을 넘는 정치공세다. 색깔론”이라고 격앙된 내부 분위기를 전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남북협력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을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것으로 연결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펼치는 전형적 정치공세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 대한 송구함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종교시설 등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다시 늘어나는 일이 거듭되고, 결국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민생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게 되어 참으로 속상하다”면서 “특히 영업시간을 1시간만이라도 늘려달라는 요구 조차 들어주지 못하고 또다시 결정을 미루게 되어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 방문과 이동을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게 되어 매우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영업손실 보상에 대한 대책 마련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과 고통을 나누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방역 조치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그때까지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지원대책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문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전문>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300명대 또는 그 아래로 떨어질 듯 하다가, 일부 종교시설 등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다시 늘어나는 일이 거듭되고, 결국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민생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게 되어 참으로 속상합니다. 특히 영업시간을 1시간만이라도 늘려달라는 요구조차 들어주지 못하고 또다시 결정을 미루게 되어 매우 송구한 마음입니다.

또한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 방문과 이동을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게 되어 매우 마음이 무겁습니다. 정부는 코로나 상황을 하루빨리 안정시켜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런 가운데서 종교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방역협력을 다짐하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입니다. 국민들께서 그 같은 마음으로 조금만 더 인내해 주신다면, 반드시 코로나 확산세를 조기에 꺾고 방역 조치를 완화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최근 방역에 큰 부담이 되었던 비인가 종교·교육 시설과 요양병원, 다중이용시설 등 고위험시설을 빈틈없이 관리하여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안정된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백신 접종 준비는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제 백신공급연합체인 코박스의 백신 물량 배정에 의해 일부 백신 품목을 더 일찍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일부 백신 품목은 국내 제약회사에서 위탁 생산하는 백신을 바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 등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백신 접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계획된 접종 순위에 따라 보다 많은 국민이 접종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운송과 보관, 접종 등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입니다. 그와 함께,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나 허위사실 유포로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거나 백신 접종을 방해하는 일이 있다면 엄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역뿐 아니라 백신 접종에 있어서도 전 국민적인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코로나로 인해 다른 설 명절을 맞이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며 미덕입니다. 특히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과 함께 조류독감 등으로 힘든 농가가 많습니다. 국민들께서 우리 농축수산물과 전통시장을 애용해 주신다면, 어려운 농어촌을 도우면서 내수와 소비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자칫 불안해질 수 있는 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6대 핵심 성수품을 설 연휴 전에 집중공급하고, 계란 등 축산물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수급 안정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방역 조치의 거듭된 연장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힘겨워지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3차 재난지원금이 빠르게 지급되고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피해를 막기에는 매우 부족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과 고통을 나누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방역 조치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그때까지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지원대책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 여와 야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랍니다. 민생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랍니다.

한 가지 더 우리 정부가 특별히 기울어야 할 노력은 산재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룬 경제발전의 그늘 속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여전히 많고, 특히 후진적이며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을 자랑하지만, 산업안전에 있어서는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들어 산업안전감독관을 늘리고, 산업안전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제정하는 등 산재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대폭 강화했지만 체감되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 우선순위를 더 높이고, 정부의 역량과 노력을 더 강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산재 예방 기구의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기능과 조직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해 주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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