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초기 추진 과정에 대해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그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2018년 3월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초대’한 배경에는 정 후보자의 제안이 있었냐고 묻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 후보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조건부 비핵화 의사 및 정상회담 의지를 전한 바 있다. 면담 뒤엔 직접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 펴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2018년) 3월에 집무실에서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며 “역설적으로 정 실장은 나중에 김 위원장에게 먼저 그런 초대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정 후보자가 냈다는 것이었다.
정 후보자가 김 위원장의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고 하자 박 의원은 “문서 증거가 없다”는 것이냐며 사실 여부를 물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정 후보자의 답에 박 의원은 ‘볼턴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정 후보자는 “그 사람이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때 아직 보좌관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자기가 트럼프 대통령은 만날 때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미국의 주요 인사 10여명이 배석하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 볼턴 보좌관은 2018년 3월22일(현지시각) 허버트 맥마스터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국민의힘 쪽은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정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볼턴 보좌관을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 후보자는 이날 최근 논란이 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일체 검토한 점 없”는지 묻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정 후보자가 임명되면 객관성을 잃은 ‘코드 외교’가 우려된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는 “코드 외교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며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5년간의 국정에 대한 위임을 받으신 분이다. (대통령의 외교 철학, 외교 정책이) 외교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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