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선호씨 빈소 찾아 “노동자 안전 약속했는데 송구하다”

이선호씨 아버지 “한 아이가 죽은 게 아니라 한 가정이 무너진 것”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평택항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고 이선호씨 빈소를 13일 찾아 유가족들에게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있어야겠지만 제발 이제는 이런 사고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국가시설 안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사전에 안전관리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사후 조치들도 미흡한 점들이 많았다”며 “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 안전을 더 살피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국민들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조문드리는 것”이라고 하자, 아버지 이씨는 “이번 조문으로 우리 아이가 억울한 마음을 많이 덜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씨는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아이가 대통령이 오셔서 억울함을 많이 풀고 갈 것 같다. 더 이상 이런 사고로 슬픈 가족이 우리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며 “한 아이가 죽은 게 아니라 한 가정이 무너진 거다. 대통령의 약속을 꼭 믿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열린 ‘케이(K)-반도체 전략보고’를 마친 뒤,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있는 고 이선호씨 빈소를 찾았다. 이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하도급업체 노동자로 일하다 개방형 컨테이너 청소 작업 중 300㎏ 무게의 날개에 깔려 숨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내부회의에서도 산업 안전 대책 마련을 거듭 주문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번 사고가 평택항이라는 공공 영역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고용노동부 뿐 아니라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와 기관이 비상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임기 중 산재사망 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도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이완 신다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