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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 “대통령께 이 슬픔을 끝내자고 말했다”

등록 2021-05-13 20:04수정 2021-05-16 20:38

숨진 노동자 이선호씨 추모 문화제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도 참석
고 이선호씨 추모 문화제가 13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려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헌화한 뒤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고 이선호씨 추모 문화제가 13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려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헌화한 뒤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끼임, 추락사 같은 사고 막겠다고 약속했다.”

평택항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본부 앞에서 열린 이선호씨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아버지 이씨는 “오늘 아들 빈소에 대통령이 와서 출범할 때 죽는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없는 세상 만든다고 했는데 4년 동안 대체 뭐했냐,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며 “보좌관 통해서 내가 하는 말 듣고 반성했다고, 도저히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왔다고 했다. 나는 다른 이야기 않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된 사람들 철저한 처벌, 그리고 이 슬픔을 끝내자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이씨는 “내가 이 일을 하다 다칠 수도 죽을 수도 있다 생각조차 못 하는 이런 일터에 내몰리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라며 “아들 사건의 원인은 원청에서 비용절감, 인건비 줄여보겠다고 법에서 정한 안전요원을 투입하지 않아 생긴 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날 문화제에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2018년 목숨을 잃은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도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 사고와 너무 흡사한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울분의 마음으로 빈소에 다녀왔는데, 그동안 산업재해를 막겠다고 노력했음에도 별 효과가 없어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산재사망이나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사건을 파헤쳐 보면 대부분 인재였음이 드러남에도 국가와 기업은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데도 경영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에 자신들의 의무와 책임을 축소하는 내용을 넣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며 “우리는 더는 기업과 정부를 믿지 못한다. 우리는 국민이 진짜 안전해질 때까지 목소리 높이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이선호씨 추모 문화제가 13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려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씨(가운데)가 헌화한 뒤 아들의 사진 앞에서 오열하자 송경용 성공회 신부(왼쪽)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위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고 이선호씨 추모 문화제가 13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려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씨(가운데)가 헌화한 뒤 아들의 사진 앞에서 오열하자 송경용 성공회 신부(왼쪽)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위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문화제를 기획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선호는 신호수도 없고 관리자도 없으며 안전모도 없는 환경에서 일했다. 항만에서 많은 노동자가 죽고 다치고 있으며 위험의 외주화와 민영화로 누군가는 또 죽어갈지 모른다”며 “뒤이어 발생한 현대제철과 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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