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면담한 뒤 함께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님을 뵈었는데, 한반도 통일을 축원하는 특별미사를 봉헌해 주시는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다.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월튼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나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 극복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진전을 위해 긴밀히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소개하고 “한미 양국이 이러한 공동의 시대적 과업을 함께 완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성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그레고리 추기경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에 직접 그레고리 추기경을 찾은 것은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노력이 탄력을 받으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한번 높이는 한편, 카톨릭 신자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북한은 도쿄 올림픽에는 이미 불참을 통보해, 올해 국제사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계기가 없는 상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했을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적극 호응했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카톨릭 신자인 것도 그레고리 추기경에게 강조했다. “한국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 이어서 두번째 카톨릭 신자다. 카톨릭 신자로서 주교님을 뵙게 되서 정말 영광이다.” 또 문 대통령은 “상당히 (많은) 지식인층이 특히 가톨릭 신앙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우리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을 많이 이끌었고, 또 한국 사회의 인권이라든지, 독재라든지 이렇게 아픈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요즘에서는 또 남북의 통일을 위해서 많은 역할들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그레고리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가 사회 정의라든지,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워 왔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큰 자부심이다. 그리고 평화에서 앞서 왔다는 점도 굉장히 큰 자부심으로 느껴진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이 끝나기 전 그레고리 추기경에게 ‘손수레 십자가’를 선물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수십 년 전 동대문시장에서 노동자들이 끌고 다니며 일하던 나무 손수레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십자가로 만들었다”며 “노동자의 땀이 밴 신성한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십자가에 입을 맞춘 뒤 문 대통령에게 한국민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축복 기도를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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