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의 장병들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인근 해역에 파병됐던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발생한 최악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군 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의 결과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첫 유증상자 발생 뒤 247명으로 급격한 확산에 이르기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20일 34진 전원이 귀국함에 따라 군 당국은 질병관리청 등과 함께 구체적 감염 경로 및 대응 과정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국방부 “항원키트 지참” 지시했는데 해군, 항체키트 갖고 나가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지난 2월 문무대왕함 출항 당시 정확도가 높은 신속항원검사키트 대신 왜 신속항체검사키트를 챙겨 갔는지다. 항체키트는 초기 감염 감별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국방부와 해군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말이 엇갈려 오히려 의문을 키우고 있다.
애초 이 문제가 불거진 18일 당시 해군은 “청해부대가 올해 2월 출항할 때는 (개인용) 항원키트가 승인이 안 되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용 항원검사키트와 항체검사키트 모두 이미 지난해 11월 정식 허가가 난 상태였다. 반론이 일자 19일 국방부 쪽은 ‘지난 1월 항원키트를 활용하라는 공문 지시를 내려보냈다.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이 왜 항체키트를 가지고 출항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합참 쪽 설명도 같았다. 하지만 해군 쪽은 20일 ‘국방부 공문은 항체키트 대신 항원키트를 사용하라는 지침이 아니라, 유증상자에 대한 보조검사 용도로 항원키트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공문에는 ‘항원키트 민감도가 50% 이하로 나타났다’고 적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시 업체 주장으로는 항체키트 신뢰도가 80% 이상이라고 했다. 해군 관계자는 “항체키트를 (항원키트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항원키트를 구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항원키트와 달리 항체키트는 과거 감염으로 항체가 형성됐는지를 확인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항체키트로 항원키트를 대체할 필요가 없었다는 해군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34진에서 첫 유증상자가 발생한 건 지난 2일로, 문무대왕함이 유류, 식수, 부식 등 군수물품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해역 부근에 기항했던 직후다. 합참에 따르면 문무대왕함은 6월 28일에서 7월 1일까지 10여명이 식수 등을 싣기 위해 하선해 호스 연결 및 담당자와 대화하는 등 일부 접촉을 있었지만 모두 방호복을 착용하는 등 방호규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부식은 콘테이너로 싣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외부 접촉은 없었다는 게 합참 쪽 설명이다.
하지만 2월 출항 당시 승조원 전원이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고, 시기적으로 기항 직후 유증상자가 발생한 점으로 볼 때 이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졌다는 추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그런 활동을 통해 감염이 이뤄졌는지는 부대가 들어와서 세부적 조사가 이뤄지고 난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냉동 상태의 음식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장관 바이러스가 아니라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식품 섭취를 통해서 감염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라면서 “접촉의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낮은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감염 경로는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34진에서 유증상자들을 ‘감기 환자’로 판단하고 대처한 점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 중 하나다. 합참 쪽 설명을 종합하면 34진은 첫 유증상자 발생 뒤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감기 증세로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부대 내 의료진 소견뿐 아니라 의무사와 원격 화상 진료까지 했는데 모두 감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엑스레이 결과 폐렴 증상이 없었으며 50여명에 대한 항체 검사도 음성이 나온 점도 감기라고 판단한 이유다. 항체 검사 결과로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합참은 초기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근거로 ‘항체 검사 음성’을 들고 있다. 초반에 부대원 중에는 미각과 후각 상실을 호소하는 장병이 있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부대 간부들이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합참 쪽은 “후각이나 미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 부대원들이 어떤 증상을 호소했는지, 이를 감기로 판단하는 구체적 과정이 어땠는지도 부대원들을 상대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방위원회 소속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해부대 소속 군인 아버지와의 통화를 공개하며 “고열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데도 부대에선 외부인과 접촉을 안했으니 코로나일 리가 없다며 타이레놀 한두알 주고 버티게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감기 환자’가 늘어나자 34진은 10일에서야 합참에 이 사실을 보고한다. 하지만 15일 승조원 전원에 대한 유전자증폭 검사 때까지 합참 쪽의 구체적 지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합참 관계자는 “행동 내용 지시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국방부와 합참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일부 확인된다. 합참은 10일 34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환자 관리 여건 보장을 위해 작전활동 중지 및 입항 준비 지시”를 했다고 보고했다. 첫 폐렴 증상 환자가 14일 현지 병원 입원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15일 다른 장병들에 대한 검사 결과도 같게 나오자 “전원 PCR 검사 등 국방부 장관 및 합참의장 대응지침 하달”이 됐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와 합참의 적극 대응은 확진자가 나온 뒤인 것으로 추정돼,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최하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