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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합참, 증상자 폭증 몰랐고 장관에 보고도 안했다

등록 2021-07-21 23:09수정 2021-07-22 02:30

청해부대 최악 집단감염…증상 9일만에 파악
대처과정 불투명, 백신접종 계획도 애초 없어
20일 오후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모습. 연합뉴스
20일 오후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모습. 연합뉴스

최악의 집단감염으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 가운데 27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21일 청해부대 34진 장병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19일 시행됐던 아프리카 현지 검사 결과보다 23명이 더 늘어난 수치로, 문무대왕함 전체 승조원의 89.7%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번 사건이 군내 최악의 집단감염으로 기록되면서 작전지휘와 부대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합동참모본부가 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군 당국 설명을 종합하면, 합참이 처음 상황을 인지한 건 지난 10일 청해부대가 승조원 3분의 1에 육박하는 95명이 감기 증상을 보여 ‘감기 환자가 많다’는 취지의 보고를 하면서다. 첫 감기 증상자가 발생한 건 2일인데, 이어 5일 18명, 9일 78명, 11일 105명까지 급속도로 불어났다. 13일이 되어서야 현지에서 6명에 대한 유전자증폭 검사가 이뤄졌는데, 함장의 자체 판단에 의한 것이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이 21일 현지 항구에서 출항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이 21일 현지 항구에서 출항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청해부대는 ‘코로나’가 아닌 ‘감기’로 판단한 이유로 △여름철 함정에서 감기 환자 발생 빈번 △타이레놀 투여 뒤 장병들의 증세 호전 △부대 의료진과 의무사 원격 화상진료 소견 △엑스레이 결과 폐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청해부대가 이런 내용을 보고한 이후, 합참이 어떤 판단과 지시를 내렸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합참이 청해부대 상황을 즉각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도 안이한 판단의 방증으로 지적된다.

20일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국방부와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군은 올해 2월에 출항한 청해부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백신 접종 전에 해외파병된 부대에 대해 육상 주둔군에게는 파병 대상국에서 백신을 제공하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아프리카 해역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에 대한 접종 계획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청해부대 바이러스 유입 경로와 관련해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6월28일에서 7월1일 사이 현지에서 군수품 적재가 있었다”며 “당시 기항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진상규명과 서욱 국방부 장관 문책을 요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중진 연석회의에서 “군 당국을 질책하기 전에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 자신의 잘못을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며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 무능한 수뇌부 문책과 경질도 즉각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책임 안 지면 국회가 나서서 국방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은 장나래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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