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에 이어 해군에서도 발생한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장관 경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서욱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는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정식 신고를 원치 않는 군 성폭력 피해자도 의료 지원이나 법률 전문가의 조언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욱 국방장관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어 성폭력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조속히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주로 논의된 것은 ‘수사기관 신고전 피해자 지원제도’였다. 이 제도는 인사상 불이익이나 피해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서도 심리상담, 의료 지원, 법률 조언 등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제도로 ‘제한적 신고제’를 운영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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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이 제도를 조기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지난 12일 발생한 해군 ㄱ중사의 갑작스런 사망 때문이었다. 국방부와 해군의 설명에 따르면, ㄱ중사는 ‘전투휴일’이던 5월27일 부대가 자리해 있는 인천 옹진군의 한 섬의 민간 식당에서 가해자인 ㄴ상사와 늦은 점심을 먹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70일 넘게 정식 신고를 미뤘다. 상사 진급을 앞두고 격무지인 섬 근무까지 지원한 상황에서 인사상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ㄱ중사는 이후 가해자인 ㄴ상사와 공간 분리가 안 된 상태에서 고스란히 ‘2차 가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서 장관은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선 사항들은 우선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현재도 고통 받고 있으면서도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한 피해자를 긴급히 지원하여야 한다”며 “조기 시행방안을 민관군 합동위원회와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서 장관의 엄명에도 군 관련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얼마나 성추행 예방에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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