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에 맞서 공군은 지난 24일 전투기 에프(F)-15케이(K) 30여대가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 훈련은 수십대의 전투기가 기체에 최대무장을 달고 밀집대형으로 이륙 직전까지 활주로를 달리는 위력 시위다. 합동참모본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일본 순방이 끝난 다음 날인 25일 북한이 아이시비엠(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섞어쐈다. 한-미는 미사일 발사 등으로 맞불을 놓았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은 25일 “이날 오전 6시, 6시37분, 6시42분께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총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6시께 발사한 첫번째 미사일은 아이시비엠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올해 6번째 아이시비엠을 시험 발사했다.
군 당국은 아이시비엠(추정)의 비행거리는 약 360㎞, 고도는 약 540㎞라고 발표했다. 두 번째 미사일은 고도 약 20㎞에서 소실됐고, 세 번째 미사일(단거리탄도미사일 추정) 비행거리는 약 760㎞, 고도는 약 60㎞로 탐지했다. 고도 약 20㎞에서 사라진 두 번째 미사일은 발사 실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미사일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아이시비엠은 신형인 화성-17형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월27일과 3월5일 정찰위성 개발 시험 목적이라며 화성-17형을 발사한 바 있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다른 탄도미사일 2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표적을 향해 떨어지는 종말 단계에서 아래 위로 움직이는 특성(풀업 기동)때문에 미사일방어망으로 요격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아이시비엠과 한국 등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섞어’ 쏜 것은 처음이다. 아이시비엠과 단거리 미사일(KN-23)을 섞어 쏘면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피하기가 용이하다. 한-미 군 당국은 유사시 모든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시비엠처럼 군사적 위협이 큰 목표를 타격·요격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런데 북한이 두 종류의 미사일을 함께 쏘면 아이시비엠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인 지난 4월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연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발사 뒤 한미 당국은 대응에 나섰다.
합참은 “어제(24일) 북한 미사일 도발 징후를 포착해 엘리펀트 워크와 이날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국과 미국은 한국군의 현무-2 지대지 미사일, 미군의 육군전술단거리지대지미사일(ATACMS)을 각 1발씩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현무-2 미사일은 유사시 북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한다. 군 당국이 사거리 300㎞의 현무-2를 동원하는 것은, 동해안 미사일 사격장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 순안까지 거리(250㎞)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24일 북한의 아이시비엠 발사 뒤 한국군은 동해상에서 현무-2를 포함한 지·해·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3월 맞불 미사일 발사는 한국군 단독 작전이었다.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 미사일 발사는 2017년 7월 이후 4년10개월 만이다.
아울러 공군은 지난 24일 전투기 에프(F)-15케이(K) 30여대가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엘리펀트 워크 훈련은 전투기 수십대가 최대 무장을 한 채 코끼리 떼 같은 밀집 대형을 이뤄 이륙 직전까지 활주로를 달리는 위력 시위를 일컫는다.
합참은 “이번 우리 군의 무력시위는 북한의 아이시비엠 발사 등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압도적인 전력으로 도발 원점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폴 라캐머라 연합사령관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화상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재확인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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