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6일 새벽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 발사에 대응해 육군 전술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8발을 사격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미사일 8발을 쏜 다음날인 6일 한국과 미국이 미사일 8발을 쏘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의 무력 대응이 맞물리면서 한반도 정세가 2017년처럼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6일 “한국과 미국은 이날 오전 4시45분께부터 10여분 동안 전날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육군 전술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한국 7발, 미국 1발로 알려졌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이날 “위기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연합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며 “미사일은 항공과 해상 안전에 대한 적절한 통지에 따라 한국 북동부에서 동해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북한이) 어제도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가 미사일 8발을 쏜 것은 전날 북한 미사일 8발 발사에 대한 자위권이란 점을 강조한 조처이다. 국제법상 자위권을 행사하려면 동종 동량으로 대응하는 ‘비례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선제타격 발언이 논란이 일자, 자위권적 방어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게 자위권은 ‘단호한 대응’의 논리적 밑돌 구실을 한다.
문재인 정부 때와 견주면 현 정부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군사 대응의 빈도가 잦고 강도가 세졌다. 이날 대응 사격은 이례적으로 동트기 직전 새벽에 이뤄져 한-미가 북한을 언제든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과시했다. 합참은 “이번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은 북한의 다수의 장소에서 미사일 도발을 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과 지휘 및 지원세력에 대해 즉각적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북한은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미사일 8발을 발사했다. 이날 미사일 대응 발사는 다양한 표적을 상정해 사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은 6일 새벽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 발사에 대응해 육군 전술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8발을 사격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한국군 단독으로 2차례(2017년 9월15일, 2022년 3월24일), 한-미연합으로 1차례(2017년 7월5일) 등 모두 3차례 미사일 대응 사격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대응(2017년 7월5일, 2022년 3월24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대응(2017년 9월15일)으로 미사일을 쏘았다.
지난 5월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25일에 이어 이날까지 합쳐 약 1달새 2차례 한-미연합 미사일 사격을 했다. 지난 5월25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대응이었는데, 이날은 단거리탄도미사일 대응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단호하고 엄정한 대처’ 차원이지만, 남북의 대응이 맞물리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확한 대응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 한 군 관계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같은 북한의 전략적 위협이 아닌 단거리미사일까지 한-미가 미사일 대응 사격을 하는게 합당한지 군사적 억제 효과, 비용 등 여러 모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 발사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통상 미사일 발사 이튿날 미사일 성능 등을 관영 매체에 공개해왔는데, 지난 4월16일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 보도 이후로는 발사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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