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한 연설을 통해 “악성전염병(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며 “당중앙위와 공화국정부를 대표해 최대비상방역전에서 승리를 쟁취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우리가 겪은 국난은 명백히 세계 보건 위기를 기화로 우리 국가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반공화국 대결 광증이 초래한 것”이라며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1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의 코로나19 유입 원인을 남쪽에 돌린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주적”, “괴뢰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한 토론(연설)을 통해 “적들이 우리 공화국에 비루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위험한 짓거리를 계속 행하는 경우 비루스는 물론 남조선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이제는 대적·대남 의식을 달리 가져야 할 때”라며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다. 동족보다 동맹을 먼저 쳐다보는 것들, 동족 대결에 환장이 된 저 남쪽의 혐오스러운 것들을 동족이라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자멸행위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 괴뢰정권은 2020년에 당시 괴뢰정부가 걷어들였던 삐라(전단) 살포 기구를 인간 추물들에게 되돌려주었는가 하면 형식적으로나마 제정했던 ‘대북삐라살포금지법’을 폐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괴뢰정권”이나 “불변의 주적”이라는 표현은, 윤석열 정부 들어 북쪽에서 공개적으로 처음 사용한 것이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7월27일 ‘전승절 69돌 기념행사’ 연설에서 “더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 총비서의 동생인 김 부부장은 대남·대외 부문을 총괄하는 국무위원이기도 하다.
김 부부장은 특히 “전선 가까운 지역이 (전염병) 초기 발생지”라며 “우리가 (대북 전단 등) 색다른 물건짝들을 악성 비루스 유입의 매개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조선 것들이 삐라와 화폐, 너절한 소책자, 물건짝들을 우리 지역에 들이미는 놀음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것은 명백한 반인륜적인 범죄다. 남조선 지역으로부터 오물들이 계속 쓸어들어오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수수방관해 둘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보복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 등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했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이 코로나19 유입 경로와 관련해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며 우리쪽에 무례하고 위협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실은 통일부와 같은 입장”이라며 “(김여정 부부장은) 대남·대외정책 총괄이기때문에 우리로 이야기하면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기능이 좀 섞여있다고 볼 수 있는데, 통일부 차관 정도가 (카운터파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한 토론(연설)을 통해 “우리가 겪은 국난은 명백히 세계 보건 위기를 기화로 우리 국가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반공화국 대결 광증이 초래한 것”이라며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1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편, 김정은 총비서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악성전염병(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며 “당과 정부는 5월12일부터 가동시켰던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오늘부터 긴장 강화된 정상방역체계로 방역등급을 낮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방역 완화가 2020년 1월 말 이후 장기 폐쇄 중인 북·중 국경 개방 등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김 총비서는 “세계적인 보건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방역장벽을 철통같이 견지하고 방역사업을 강도높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될 때까지는 봉쇄 위주의 방역정책을 완전 폐기하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김여정 부부장은 토론(연설)에서 “방역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김정은) 원수님”이라고 표현해, 김정은 총비서가 한때 “유열자”(발열 증상자)였음을 공개적으론 처음으로 밝혔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김 총비서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회 정보위(5월19일)에 보고한 바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