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한겨레 통일문화상 제1회 청년문화상을 받은 정지영 통피아 대표.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청년평화상 후보 단체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만 해도 감사한데, 청년평화상까지 받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상을 받게 되니 문득 처음 통일 보드게임을 기획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사실 통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전공과 적성을 가지고 있었고, 역사나 정치는 굉장히 머리 아픈 일로만 생각했던 청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하게 되었었는데, 방문할 때마다 생각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잔혹한 고문 시설과 이를 행한 일제에 대한 분노만이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듯 무섭고 괴롭기만 했지요. 그런데 두번째, 세번째 방문하게 되면서 그제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순국선열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보상을 바라야 이러한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걸까?’ 그러나 그분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옳은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꿋꿋하게 해나가셨던 것이지요.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무언가 좋지 않은 상황이 있을 때에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이에 분노하는 것이 전부였던 모습과, 무언가 노력할 때에 당장 나 개인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것에만 집중했다는 것에 대해서요. 그래서 저는 그날 이후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하자’라는 마음으로 통피아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통피아를 제작하고 또 팀을 운영해오면서 현실에 부딪히는 일도 많았고, 때로는 ‘과연 이런 활동이 영향력이 있을까’라는 무력함에 빠질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통피아를 통해 만난 많은 분들, 특히 통일교육에 종사하시는 분들께서 통피아를 적절히 활용해주시고, 학생들이 조금씩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되는 모습들을 보게 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통일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은 부족합니다. 다만 제가 느꼈던 것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부정적인 태도만을 지니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통일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물론이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주제인 만큼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