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논의차 방미 중인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를 직접 확인했다고 국방부가 지난 16일 밝혔다. 국방부는 신 차관이 B-52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왼쪽 다섯째부터 비핀 나랑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 하대봉 방위정책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싯다르트 모한다스 동아시아부차관보, 리처드 존슨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 부차관보. 국방부 제공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이번주 후반 부산에 입항한다. 지난 16일 열린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미 전략자산 전개·운용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직후, 이를 과시하듯 진행되는 작전이다.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은 이번주 부산에 입항해 이달 말께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의 항모가 국내에 입항하는 것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뒤인 2017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에는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해 타이콘더로가급 유도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CG-62), 알리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배리(DDG-52)와 벤폴드(DDG-65) 등이 참여한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각종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하고 다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항모 입항에 북한·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호의 입항과 연합훈련이 외형적으로 북한에 대한 억제력 강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견제 성격도 있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상화 문제와 맞물려 중국이 상당히 불편해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미군은 일본 오키나와 주둔 제5항공함포연락중대(ANGLICO)와 한국 해병대의 연합연습 사진을 16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누리집에 공개했다. 제5항공함포연락중대는 미 해군 함정과 전투기 등의 작전을 최전방에서 지원하는 ‘눈’ 구실을 하는 부대다. 해당 부대의 훈련 사진이 공개된 건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법제화’에 따른 경고 메세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비공개하던 해병대 연합훈련을 공개한 것은 미군의 대북 기조가 확실히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전방에서 적진에 침투하는 해병대의 성격을 감안하면 북한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는 지난 16일 미 워싱턴에서 4년8개월 만에 열린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하고 공동성명을 내어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적·정보적·군사적·경제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가용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내년 회의 전에 실무 회의도 개최하기로 했다. 확장억제란 핵무기가 없는 미국의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대신 핵 보복공격을 가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항공모함 등 전략무기 전개 및 운용과 같은 확장억제 정책을 집행하는 데 한국의 발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존 양국 이견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미국이 전략자산 운용 공조 강화를 약속했지만, 장거리 전략폭격기,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한국과 합의해 운용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이 전세계 위협을 염두에 두고 짠 전략무기 운용 계획을 한국만을 위해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0월 한-미 국방장관이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 배치 방안을 논의했으나 미국은 거절했다.
신형철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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