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양국 해군 함정들이 지난 9월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앞쪽은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항해 모습. 해군 제공
북핵 고도화 대응책으로 여권에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론이, 결국 미국이 이미 제공하는 ‘핵우산’을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외교·국방 당국자들은 핵우산 강화가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조율된 전개’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13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심플하게 생각해서 유사시에 미국의 핵을 실은 전략무기들이 언제든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다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북핵 위협이 있을 때 한국이 요구하면 미국이 이를 억제할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신속하게 보내는 방식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를 협의 중이냐’는 질문에 “한·미는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 조율된 전개 등을 포함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북한 비핵화의 명분으로 삼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스스로 깨는 부담을 의식해 ‘절충안’을 모색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핵무기 국외 반출을 꺼리는 미국의 태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조율된 전개’를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미 전략자산의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을 위한 한·미 공조는 지난달 16일 열린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공동성명에 포함돼 있다. 정부가 그동안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온 사안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전략 자산 적시·조율된 전개’는 기존 한-미 협의 내용보다 발전, 강화된 개념이 아니다. 2016년 10월 한국은 미국에 ‘전략자산의 상시·순환 배치’를 요구했다.
상시·순환 배치는 전략자산이 사실상 한반도에 공백없이 주둔하는 개념이다. 2016년 당시 미국은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발이 묶이는 부담 탓에 이를 거부했다. 결국 한-미는 같은해 12월 전략자산을 ‘지속적으로 수시로’ 투입한다는 ‘정례배치’에 합의했다.
‘전략 자산 적시·조율된 전개’는 한-미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빈틈’이 생길 수 있다. 한국은 비상시 미 항공모함이 최단시간에 도착하기를 바라지만, 한-미가 논의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도착까지 약 1개월이 걸린다. 더구나 미국은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세계 전략을 기준으로 항모나 전략폭격기 등 전략무기 운용을 결정한다. 미국이 전세계에 배치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는 기종별로 20∼60대 가량인 상황이다. 한국이 즉시 보내 달라고 해서 이에 바로 응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한다고 해도 이에 따른 비용은 한국이 상당한 부분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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