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일 없도록 근본대책 마련해달라”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채아무개 상병(해병대) 부모의 편지가 24일 공개됐다. 부모는 “이같이 비통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해병대는 채 상병의 부모가 보내온 자필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채 상병의 부모는 편지에서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진심 어린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고 감사 인사를 먼저 전했다.
부모는 “윤석열 대통령님의 말씀과 조전으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한덕수 총리님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먼 거리를 마다 않고 기꺼이 찾아오셔서 진심 어린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유가족을 다독여 주신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며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가 보겠습니다”며 이러한 비극이 다시 발생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편지를 통해 채 상병의 부모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 규정과 수칙 등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라며 “안전한 임무 수행 환경과 장비들을 갖추는 등 강고한 대책을 마련해서 ‘역시 해병대는 다르다’는 걸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고 호소했다.
채 상병의 부모는 “끝으로, 해병대 가족의 일원으로서 국민과 함께 해병대를 응원하며, 해병대가 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며 “정말 원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수근이가 이 자리에 같이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심정뿐입니다”라고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보이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당시 수색작업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군인이 소모품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병대사령부는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다”며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그를 일병에서 상병으로 한 계급 진급 추서했고, 병사 계급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인 광복장을 수여했다. 채 상병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됐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아무개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채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 상병의 안장식이 지난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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