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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단독] 국방부 ‘홍범도 동상’ 있는데도 “육사에서 철거” 운운

등록 2023-08-27 10:10수정 2023-08-28 15:31

육사 정체성과 안 맞는다면서 국방부 정체성엔 맞는지 의문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중앙현관 앞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중앙현관 앞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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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에 있는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현관 앞에도 홍범도 장군 흉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육사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해야 할 이유로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 고려시 소련공산당 가입·활동 이력이 있는 분을 생도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육사 정체성에 안 맞는다는 홍 장군 흉상이 국군 지휘부가 근무하는 국방부 정체성에는 맞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국방부는 27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에서 홍 장군 흉상이 “공산주의 국가인 북의 침략에 대비하여 자유민주주의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호국간성 양성기관이란 육사의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폈다.

홍 장군은 192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서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으로부터 권총 선물을 받았고 1927년에는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 광복과 남북 분단 이전인 1943년 사망한 홍 장군에게 ‘빨갱이 프레임’을 적용하는게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산당원 홍범도의 흉상을 육사에 둘 수 없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무색하게 국방부 고위 당국자, 합동참모본부(합참) 장군들이 근무하는 국방부 청사 앞에도 홍 장군 흉상이 자리잡고 있다. 국방부 청사 중앙 현관 좌우에는 홍범도 장군, 윤봉길 의사 등 모두 13개 흉상이 있다.

지난해 5월 국방부가 합동참모본부(합참)이 사용하던 건물로 옮겨오면서, 현재 국방부 청사 중앙 현관 앞 들머리에는 윤봉길·이봉창·안중근·박승환,·홍범도·강우규·이순신·강감찬·을지문덕·김좌진·신돌석·이강년·유인석 등 13개 흉상이 자리잡았다.

대통령실이 자리잡은 옛 국방부 청사 안팎에는 원래 모두 22개 흉상이 있었다. 1층 현관 밖 야외 들머리에 홍범도,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등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의사·열사·장군 6명의 흉상이 있었다. 현관 안쪽에는 이순신 장군과 을지문덕 등 역사 속 장군들, 2층 국방장관실 주변에는 한국군의 기초를 놓았던 현대 장군들 흉상이 설치돼 있었다. 지난해 5월 청사를 이전하면서 홍 장군 흉상을 새 청사 중앙 현관 들머리에 그대로 옮긴 국방부가 육사에선 홍 장군 흉상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국난극복의 전체 역사에서 특정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들만이 사관생도들이 매일 학습하는 건물의 중앙현관 앞에 설치되어 있어, 위치의 적절성, 역사교육의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사관생도들에게 국난 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도록 생도들이 학습하는 충무관 건물 전체에 국난극복의 역사 전체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사에 흉상이 설치된 독립전재 영웅 5명(김좌진, 홍범도, 이회영, 이범석, 지청천)이 일제강점기에 편중됐다는 것이다.

특정 시기에 치우친 것은 현재 국방부 중앙 현관 좌우에 있는 13개 흉상도 마찬가지다. 이순신·강감찬·을지문덕 장군을 뺀 10명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의병, 독립투사, 독립군이다. 국방부의 논리대로라면 국난극복의 전체 역사에서 특정시기에 편중된 흉상 10개가 국군 지휘부가 수시로 드나드는 건물의 중앙 현관 앞에 설치되어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육사에 있는 독립전쟁 영웅들 흉상은 국군의 뿌리가 신흥무관학교와 독립군, 광복군이라는 상징으로 세웠던 것인데 흉상 철거는 국군과 독립군, 광복군의 연결고리를 자르려는 시도”라며 “앞으로 육사 생도들에게 독립운동보다는 한국전쟁과 한·미동맹을 강조하려고 백선엽 장군, 맥아더 장군, 4년제 육사 창설을 이끈 밴플리트 미국 장군 흉상을 육사에 세우려 한다는 이야기가 군 주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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