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고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자수사처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 대령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연합뉴스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 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두둔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통화 녹음이 공개된 이후 해병대 쪽에서 “동요하던 수사단을 안정시키기 위한 차원의 통화”라고 설명한 것을 두고 박 대령 쪽에서 “애초에 수사단이 왜 동요했겠냐”며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2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수사단이) 동요할 만하니까 동요하는 것 아니겠냐”며 “수사단장이 잘못했다면 수사단이 동요할 이유가 없고 결국은 수사단이 모두 밤을 새워가면서 열심히 했던 일에 대해서 오히려 범죄자로 몰릴 위험성이 있다 보니 동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해병대 사령관은 수사단원들이 동요하게 되면 자기가 컨트롤이 안 되니까 그걸 부탁하기 위해서 전화했다는 부분은 일응 맞는 말이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서 24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8월2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 대령과 함께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중앙수사대장과 통화한 내역을 공개했다. 김 사령관은 통화에서 “어차피 우리는 진실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고 발언했다. 박 대령은 직속상관인 김 사령관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는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 정작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25일 해병대 쪽은 “해병대 사령관이 통화한 건 전 수사단장(박 대령)이 보직 해임되자 동요하던 수사단을 안정시키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25일 법원이 박 대령의 ‘보직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것을 두고 김 변호사는 “예상 밖의 결과”라고 말했다. 박 대령은 8월2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박 대령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국민적인 열망이랄지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전향적으로 검토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며 “(법원은) 윤석열 대통령 사건에서는 상당히 전향적으로 검토했고 직무집행을 할 수 없는 것 자체를 회복 불가능한 손해로 봤는데 그 사건과 견줘보면 이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매정하게 판단한 이유가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법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윤 대통령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직무집행정지 동안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직무배제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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