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발사 파장]
북-미 직접대화 거부…다자틀 해법 거듭 손짓
유엔 제재결의에 회의적…중국과 조율 공들여
북-미 직접대화 거부…다자틀 해법 거듭 손짓
유엔 제재결의에 회의적…중국과 조율 공들여
차분한 대응 속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로 규정하면서도, 의외로 차분한 대응 태도를 보이고 있다. 1998년 대포동1 발사로 인한 1차 미사일 위기 때 클린턴 행정부가 보였던 태도와도 비교된다. 당시 위기의 성격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인식에 터잡은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부시 행정부의 이런 판단은 객관적인 것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이다. 북한이 핵무장 능력에다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 능력까지 실제로 증강시켰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부시 행정부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미사일 발사는 역설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태도를 부드럽게 만든 측면이 있다. 이는 또 6자 회담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5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통화 및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호칭을 ‘북한 지도자’(leader)로 부른 것은 상징적이다.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신호이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부시 행정부 고위 인사들도 일제히 나서, 6자 회담을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북핵 문제 해결에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틀”이라고 강조했다. 미사일 발사가 6자 회담을 좌초시킬 것이라는 예측과는 정반대의 흐름인 셈이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아예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6자 회담은 ‘중요한 외교적 인프라’라고까지 말했다. 한·미가 5일 부시-노무현 전화통화, 그리고 송민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라이스 국무장관 및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의 회동에서 6자 회담 틀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쉽게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부시 행정부로서는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이는 또 일본을 통해 추진하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채택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려와 함께, 6자 회담에 북한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명분 축적용으로 볼 수 있다. 6자 회담은 북한이 꾸준하게 요구하고 있는 북-미 직접대화를 거부하는 명분이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 미사일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동북아 순방길에 오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중국에 맨 먼저 보낸 것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체면을 구긴 중국을 압박해 6자 회담의 틀을 되살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라이스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의 재가도 받지 않은 채 중국에서 제안한 선양 비공식 6자 회담에 참석한다는 방침을 정한 마당에 북이 미사일을 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위기는 힐 차관보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베이징 회동과 11일로 예정된 우 부부장의 평양 방문 결과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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