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미사일 실험발사 때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런 메시지를 북한과 중국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는 15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 강연에서 전날 노 대통령과 미국내 한반도정책 여론주도층 인사들간 면담 내용을 설명하면서, “(노 대통령이)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국사회의 충격을 ‘정직하게 평가’하고 핵실험이 미칠 충격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대답해 놀랐다”며 이렇게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노 대통령의 메시지가 북한 쪽에 확실하게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남북관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자신이 다루기에 엄청나게 힘든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레그 대사는 메모를 보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정확히 옮기려 애썼다.
그는 “대북 추가 제재는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역효과만 낳고, 되레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이에는 이’ 식으로 상황 악화 조처를 주고받는 것보다는 양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6월 아무 조건 없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했을 때 미국이 응답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며 “대화의 가치를 아는 대단한 외교관인 힐 차관보에게 보다 많은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그러나 북한 역시 오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에나 6자회담에 복귀할지 결정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어 문제”라며 “차기 대통령에 상관없이 북한이 지금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핵문제를 풀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과의 접촉에 대해 “북한에 더 많은 정보와 한국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어떤 것에도 찬성한다”며 “북한사람들에게 세계를 더 잘 이해시켜 세계로 편입되는 기회가 왔을 때 더 쉽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고 그레그 전 대사는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정상회담의 의제를 폭넓게 잡은 게 현명한 결정이었다”며 “북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이슈들을 다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에 대해 “한미관계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가장 가까운 맹방인 영국과도 문제가 있다”며 “현재의 문제들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동맹 유지에 대해 노 대통령은 명백히 헌신적”이라며 “아무도 이에 관해 어떤 의심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4차례 방북했던 그래그 전 대사는 다음달 말 다시 방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 면담에는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장,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샌디 버거 전 안보보좌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리처드 솔로몬 미 평화문제연구소장,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 웬디 셔면 전 대북정책조정관, 돈 오버도퍼 한미연구소장,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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