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이 왜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 가운데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는 ‘햇볕정책 때리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대중 정부 이후 지속된 한국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불렀다는 논리를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57년 동안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어 온 중국이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할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
중국 매체에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분석글을 쓰는 한 전문가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국이 낭패를 보게 된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그 책임을 온통 햇볕정책에 씌우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햇볕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제어한 것만도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는 “한국인들이 정작 햇볕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주로 경제 분야를 다루는 그는 “햇볕정책은 한반도라는 불안한 지정학적 구조에서 나온 것”이라며 “햇볕정책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한반도 안정이 강화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햇볕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환원주의”라며 “그렇게 따지면 모든 정책이 실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노무현 정부가 북한 핵실험 직후 포용정책 수정 의사를 밝힌 데도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전문가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북한을 대할 땐 언제나 뒤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도 “한국이 북한 핵문제를 동북아 평화의 관점에서 보는 신중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의 이런 태도는 그간 한-중 간에 이뤄졌던 대북 공조에서 한국이 이탈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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